[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향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재판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한 파견검사도 공소유지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사건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 등을 들은 뒤 앞으로 어떤 쟁점과 관련해 다툼을 벌일지 등을 미리 정리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특검법상의 직무범위가 수사나 공소제기, 공소유지로 돼있기 때문에 파견검사가 공소유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현행 특별검사법에 따르면 파견검사들에게는 공소유지 권한이 없다면서 양재식 특검보와 함께 일부 파견검사가 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특검 측은 이와 관련해 "특검법상 특검의 직무범위에는 수사나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공소유지 등이 병렬적으로 규정돼있다"면서 "따라서 특검의 직무범위에 공소유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있는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밖에 특검의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어긋나 법리상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를 제기할 때 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예단을 갖게 할 여지가 있는 서류 등을 첨부하지 못하게 하는 원칙이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 등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이 형사재판을 받은 사실 등을 특검이 공소장에 기재했는데, 이는 마치 오래전부터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승계구조를 마련해온 것처럼 법관의 예단을 형성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제출해달라고 특검 측에 요구했다.
한편 이 사건은 당초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나 이 부장판사의 장인 임정평 교수가 최씨의 후견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법원은 논란 끝에 사건을 형사합의27부에 재배당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등에 대한 정권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전달했거나 전달하기로 약속한 금액이 총 433억280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씨가 지배하는 독일 현지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에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77억9735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220억2800만원을 공여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재산을 국외로 빼내 은닉한 혐의, 이번 사태에 대한 국회의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지난 첫 기일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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