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연구학교 효력정지 신청 인용…교과서 사용 학교 '0곳'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법원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학교 현장에서 국정교과서로 수업하는 학교는 단 한곳도 없게 됐다. '연구학교'라는 이름으로 국정교과서를 명목상으로라도 사용하게 하려던 교육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대구지방법원은 17일 경북 경산 문명고 학부모들이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2일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본안 소송과 함께 이 소송 확정판결 때까지 교과서의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문명고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역사 수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문명고가 전국 유일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였던 만큼 국정교과서를 수업에서 주교재로 사용할 학교는 단 한 곳도 없게 된 셈이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 1월31일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하고 3월 새 학기부터 연구학교가 교과서를 우선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학교에는 교원 가산점을 부여하고 학교당 1000만원의 연구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상당 수 시도교육청들이 이같은 교육부 방침에 반발한 가운데 경북항공고와 오상고, 문명고 등 경북 지역 3개 사립고교가 연구학교를 신청했지만 이내 2개 학교가 신청을 철회하거나 포기하면서 문명고 1곳이 연구학교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엔 문명고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학교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 학교 입학 예정자 2명이 입학을 포기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달 초 입학식마저 파행을 겪었다.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학부모 대책위원회는 "당초 연구학교 신청을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표결에서도 반대 표가 훨씬 많았는데도, 이후 학교 측이 학부모들을 설득해 재투표한 만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일 대구지법에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확정판결 때까지 교과서 사용 중지 등을 요구하는 효력정지 및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연구학교에 반대하는 일부 교사의 보직을 해임하고 담임을 배제하는 등 인사 조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학교 측은 기간제 역사교사를 새로 채용하는 등 국정교과서 사용 의지를 굽히지 않아왔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결국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연구학교 지정 취소 소송에서도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 줄 경우 국정교과서는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게 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정부가 이어가기 위해 연구학교 지정이나 보조교재 활용이라는 고육책까지 내놓았지만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이제는 법원까지 이를 거부했다"며 "최소 44억원의 사업비를 들인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이 펼쳐보지도 못한 채 참고자료로만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