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검찰, 배출가스 조작 장치 관련 공장·본사·임원 자택 등 9곳 동시다발 압수수색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폭스바겐그룹이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을 발표하는 날 검찰로부터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받으며 긴장감에 휩싸였다.
독일 뮌헨 검찰은 15일(현지시간) 바바리아주 잉골슈타트에 있는 아우디 공장과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아우디 모기업인 폭스바겐 본사, 주요 임원 자택 등 9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당국이 이날 압수수색에 총 1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동원, 오전 7시부터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전했다.
아우디는 2009∼2015년 기간 미국에서 3.0ℓ V6 디젤 차량 8만대를 판매하면서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통해 소비자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통해 회사가 배출가스 조작에 어느정도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누가 이 조작에 관여했는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우디는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적 발표 공식 기자회견장에선 압수수색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에 대해 "디젤 위기는 우리 (회사) 역사상 최악의 혼란"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이 실적 발표 당일 이뤄진 것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했고, 자신의 자택과 집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신은 검찰의 이런 움직임이 슈타들러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가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우디에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한 울리히 바이스 전 디젤 담당 최고책임자가 2015년 홍콩 배출가스 시험 통과를 위해 경영진으로부터 조작 장치 사용을 지시받았다고 진술을 하면서 검찰의 칼날이 아우디 고위 임원진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측은 슈타들러를 포함해 회사 이사회 멤버들은 이같은 조작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1100만대에 달하는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리콜과 판매중지, 소송 몸살을 앓고 있다. 회사는 현재까지 보상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폭스바겐이 합의금과 대기오염 정화 비용 등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부과받은 벌금 및 비용만 210억달러(약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상반기 250유로까지 올랐던 폭스바겐 주가는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터진 9월 이후 주가가 급락해 현재까지 100달러 초중반대를 오가며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039만1113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총매출은 2173억 유로로 목표치 40억유로보다 초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71억유로, 영업이익률 3.3%로 직전연도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한 지출 등을 포함한 특별항목에선 75억유로가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우디는 지난해 세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7% 큰 폭으로 감소한 30억유로를 기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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