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혜정, 신수지와 함께 볼링장 다니다 프로로…"아줌마 돼서도 하고싶다"
[고양=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쌍둥이자매 프로볼러 김혜선ㆍ혜정(이상 27)은 "볼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둘은 육상 선수였다. 언니 김혜선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높이뛰기, 동생 김혜정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세단뛰기를 했다. 하지만 김혜선은 지난 2013년, 김혜정은 2011년 각각 경기 도중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육상을 그만뒀다. 김혜선은 "인생에 두근거림이 없어질까봐 두려웠다"고 했다.
자매의 인생은 김혜선이 2014년 11월 재미삼아 들른 서울 천호동의 한 볼링장에서 신수지(27)를 만난 뒤 바뀌었다. 김혜정은 "언니가 눈이 정말 좋다. 친구들과 볼링을 치다가 옆 레인을 지나가는 신수지를 우연히 봤다"고 했다. 김혜선은 "신수지와 태릉선수촌에서 자주 봐서 안면이 있었다. 고민 끝에 전화를 했다. 신수지와 볼링장에 함께 가기 시작했다. 점점 볼링에 빠졌다. 신수지가 권해 프로볼링에 도전했다"고 했다.
자매는 지난 2015년 12월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김혜선은 "처음에는 노력에 비해 점수가 안 나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볼링을 재미로 치는 것과는 달랐다"고 했다. 언니, 동생은 서로를 격려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둘은 이제 평균 210점을 거뜬히 넘는다.
김혜정은 언니 김혜선과 30초 차이로 동생이 됐다. 그는 "나는 언니를 '야'라고 편하게 부르는데 어른들께서 '언니'라고 부르라고 해서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볼링할 때는 서로 의지가 되는 동료"라며 "경기 전에 우리끼리 '전 기록보다 1점만 더 내자'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김혜선은 "우리만의 목표를 가지고 같이 잘해내자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김혜정은 "육상이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볼링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매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근력이 많고 하체에 힘이 좋아 안정적인 자세로 볼링을 할 수 있다. 김혜선은 "우리 둘은 몸이 유연하기 때문에 발을 앞으로 내딛을 때 불안함이 없다"고 했다.
체력도 강점이다. 자매는 서울 왕십리에 있는 볼링장에서 훈련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훈련량이 많다. 김혜정은 "저녁 여덟시쯤 볼링장에 가면 아침 먹고 오전 열한시에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김혜선은 "우리가 힘이 세서 아직 조절이 잘 안 된다"고 했다. 자매를 코치하는 박경신 프로볼러(40)은 "밥을 굶고 와라"고 했을 정도. 김혜선은 "경기를 며칠 앞두고는 식단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선ㆍ혜정은 "볼링을 최대한 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김혜선은 "볼링을 하면 점수를 넘는 데서 성취감을 얻고 두근거리고 즐겁다. 이 두근거림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김혜정은 "아줌마가 돼서도 볼링을 계속하고 싶다.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이다. 아이가 있으면 프로볼러로 멋진 엄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둘은 오는 24~30일 구미 중앙스포츠센터, 프린스볼링경기장에서 하는 2017 구미 새마을컵 SBS 프로볼링 경북투어 대회에 출전한다. 자매는 "준결승까지 가면 상금이 있다. 상금을 타면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 턱 쏠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