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1계약의 크기인 '거래단위'
코스피200선물·옵션, 50만원→25만원
정밀한 차익·헤지거래 가능해져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한국거래소가 오는 27일부터 코스피200선물ㆍ옵션의 거래승수를 인하한다. 선물과 옵션도 어려운데, 거래승수는 뭘까. 인하하면 또 뭐가 달라지는 걸까.
선물거래는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약정일에 인도ㆍ인수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거래소를 통해 체결된다. 코스피200선물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표성을 가진 200개 종목을 선정해 이를 지수화시킨 코스피200지수를 거래대상으로 하는 선물상품이다.
선물은 1계약을 기준으로 거래되는데 1계약을 거래했을 때 얼마만큼 거래대상을 인수ㆍ인도할 것인지를 정하게 된다. 이 계약의 크기를 거래단위라고 한다. 거래소는 코스피200선물의 거래단위를 기존 50만원으로 정해놨었다. 이 50만원이 바로 '거래승수'다. 이를 25만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코스피200선물도 주식처럼 거래가 되려면 그 가치가 적절한 수치로 표현돼야 한다. 코스피200선물의 경우 코스피지수로 그 가치를 표시해 거래된다. 전날 종가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코스피200지수의 13일 종가인 275.41에 코스피의 거래승수를 곱한 것이 코스피200선물 한 계약의 가격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275.41에 50만원을 곱한 1억3770만원이 코스피200선물 한 계약을 위해 필요한 금액이었는데 승수가 절반으로 인하되면서 한 계약에 필요한 금액도 절반인 6885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코스피선물 외 미니코스피와 코스피200변동성지수선물 또한 거래승수가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각각 인하되면서 역시 한 계약당 필요한 금액이 반으로 축소된다.
선물시장은 주로 기관투자자의 헤지를 위해 많이 이용되는데 거래승수를 낮춤으로써 정밀한 차익ㆍ헤지 거래가 가능해진다. 헤지는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보유하려는 자산의 가격이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거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주당 200만원인 삼성전자 주식 200주(4억원)를 보유하고 있는데 시장에 갑작스러운 위험요인이 생겨 가격폭락이 예상된다면 코스피200선물 매도를 통해 이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코스피200의 지수를 200이라고 가정하면 8계약을 매도하면서 헤지가 가능하다.(200p×25만원×8계약=4억원) 3일 후 삼성전자 주가가 3만원 하락하고 코스피200은 3포인트 하락했다면 현물(주식)에서는 600만원(3만원×200주)을 손해봤지만 선물에서 다시 600만원(3p×25만원×8계약)을 벌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손해가 없게 된다.
이 같은 헤지거래 시 거래단위가 작을수록 정교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다. 현물 2억원에 대한 헤지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코스피200선물의 거래승수가 50만원일 때는 1계약(13일 종가 기준 1억3770만원) 또는 2계약(2억7540만원) 중 선택해야했으나 이제 승수가 25만원이니 3계약(25만원×275.41=2065만원)을 체결함으로써 원하는 금액에 가까운 헤지를 할 수 있게 된다.
거래승수 인하로 일반투자자들의 진입장벽도 낮아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소규모 투자자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거래승수를 인하하거나 거래단위가 작은 미니상품을 늘리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 S&P500선물ㆍ옵션의 거래승수는 250달러(약 28만7500원)이고, 유로 Stoxx50선물ㆍ옵션의 거래승수는 10유로(약 1만2000원)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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