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장 막으려면 정권붕괴가 유일한 대안…김한솔 언급하며 "김정은에겐 사라져야 할 존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이 수십년간 생화학무기를 개발, 언제든 한국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으며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태 전 공사는 8일 서울에서 가진 주한 일본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1960년대 말부터 생물·화학무기 생산을 시작해 한국의 시가지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휴전선(남북 군사분계선) 일대에 1000여개의 장사정포를 배치하고 있다"고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산케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그는 "북한에선 가정이나 직장에서 생화학 무기전쟁에 대비한 장비와 해독제를 갖고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생화학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것도 북한의 생화학무기 개발 및 상시 활용성에 더욱 힘을 싣는 대목이다.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우려에도 북한이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김정은은 핵무기가 있으면 한국과 미국이 절대적으로 공격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고, 위대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정권을 붕괴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핵무기 개발과 보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미사일이) 공중폭발이나 실수로 북한 영토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였다"며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이번 발사의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며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 내부 엘리트층과 주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이들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다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장기집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 살해사건 배후에 김정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유교 영향이 강한 북한에서 이복형인 김정남 존재는 김 위원장이 장기집권을 구축하는 최대의 장애물이었다"고 했다. 김정남이 해외 언론에 노출되자 북한 내에서도 그의 존재가 알려지게 될거란 위기감이 김정은을 자극했을거란 분석이다.
김정남 암살 후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한솔에 대해선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백두혈통인 김한솔은 사라져야 할 존재"라며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대북 관계에서 중국의 역할론도 짚었다. 태 전 공사는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려면 2~3년도 걸리지 않는다. 북한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고 북중 국경을 봉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정권안정 보장이 가장 큰 관심이어서 강경자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경제에 대해 "김정은이 평양의 건설에 집중하고 있어 북한 경제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에너지와 식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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