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자문 변호사 "VX 확인되면 사건 본질 완전히 바꿔놓는 것…암살 지시한 김정은 처벌 가능"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북한이 대량살상용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것으로 최종 판명나면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니디야난담 시바난단 ICC 자문변호사는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암살에 대량살상용 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이는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이라며 배후가 북한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ICC 제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바난단 변호사는 김정남 살해 자체로는 ICC 제소가 어렵지만 공공장소에서 VX를 사용해 암살했다면 이는 '비인도적 범죄'에 해당해 국제 사법체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VX를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하고 있고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통해 VX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북한의 VX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을 공식화하면 북한이 이같은 국제규약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 된다. 시바난단 변호사는 "살해 자체가 아닌 대량살상무기에 포함되는 화학무기 사용이 ICC 제소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시바난단 변호사는 김정은이 이번 암살 과정을 기획하지 않았어도 이를 지시하거나 승인했다면 책임을 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CC에 제소되면 하위 실행자 기소에 그치지 않고 (김정남 암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찾게 될 것"이라며 "암살 실행 계획에 관여하지 않았어도 이를 지시하고 승인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앞서 ICC에 제소된 사건 중에도 최종 지시자를 추적해 처벌한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바난단 변호사는 또 말레이시아가 자국내로 VX를 들여 온 북한과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로 향후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추방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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