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였던 중국인 투숙객 비중, 7%까지 '뚝'…3분의1토막
"특급호텔도 예외없다" 1,2월 중국인 고객 30% 감소…전체 비중 15%서 10%대로
묵는 사람 없는데 객실은 남아돌아…2~3년전, 공급과잉 우려에도 중국인 수요만 보고 '방이 모자르다' 우후죽순 객실 늘린 탓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 단체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호텔업계가 유탄을 맞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비교적 저렴하게 투숙했던 비즈니스호텔 및 관광호텔들이 큰 타격이 입고 있다.
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명동이 속한 서울 중구 내 호텔들의 평균 객실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60%에 불과했다. 특히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한 2월27일부터는 명동 뿐만 아니라 광화문, 동대문 일대 호텔예약 취소 건수가 최대 30%까지 느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명동의 한 비즈니스 호텔은 지난해 7~8월 중국인 비중이 각각 25%, 23%였지만 사드 부지가 결정된 9월 이후부터는 12~13%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7%까지 급감했다.
또다른 4성급 호텔 담당자는 "지난해 3월 기준 중국인 비중은 20%였지만 12월에는 16%로 4%포인트 감소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비즈니스급 브랜드인 롯데시티호텔 명동은 예약 취소율이 일별로 30%까지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성급 이상 특급 호텔들은 단체 여행객보다 개별 여행객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비즈니스호텔보다는 피해가 덜하지만 중국인 투숙객이 감소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호텔 노출을 꺼린 중구의 한 특급호텔은 올 1,2월 중국인 고객이 30%가량 감소해 전체 고객 중 차지하는 비중이 15%에서 10%로 떨어졌다. 또다른 5성급 호텔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인 투숙객이 감소하기 시작해 올 1,2월에는 전년대비 35%까지 줄었다.
문제는 최근 명동과 동대문 등에 비즈니스호텔 뿐만 아니라 특급호텔 브랜드들까지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명동, 동대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보고 지은 것으로, 2~3년 전부터 이미 호텔 과잉공급 우려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방이 모자르다'며 객실 늘리기 경쟁에 치중해 왔다.
올 들어서면서 속속 완공을 마친 호텔들은 고객 맞을 준비에 들떴지만 이미 기존에 있던 호텔들도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창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나왔던 2~3년 전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회현사거리에서 퇴계로 2가까지 600m 남짓 거리에는 호텔 간판들이 줄줄이 들어서있다. 뉴오리엔탈, 데이즈호텔 명동, 르와지르서울명동호텔, 호텔스카이파크 명동 1호점, 이코노미호텔 명동프리미어점, 사보이호텔, 호텔프린스서울, 나인트리호텔, L7명동, 더 그랜드호텔명동, 호텔스카이파크 명동3호점, 세종호텔,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서울명동까지 눈에 들어오는 것만해도 13개에 달한다. 서울 중구에만 '호텔'을 검색하면 1만3642건이 나온다.
여기에 올초 GS리테일 계열사 파르나스호텔의 비지니스급 호텔 '나인트리프리미어호텔명동Ⅱ'이 문을 열었고, 비지니스급 호텔 '알로프트명동'도 오픈했다. 또한 용산에는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가 오는 10월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노보텔 앰배서더 스위트'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노보텔' 등 4개를 합친 호텔 '콤플렉스'를 연다.
이처럼 호텔 건립은 수그러들지 않고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면서 객실 점유율은 감소 추세다. 단체 여행객들이 빠진 자리에 개별 여행객들이 채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중국인들의 비중을 100% 채우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저가상품을 기획해서 판매하는 큰 여행사가 없어졌다는 말도 나왔다"면서 "저가로 한국을 찾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에 묵었던 1~3급 정도의 관광호텔들이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