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흥행=대박 작품…흥행공식에 예판 높이려 안간힘
2009년 시작된 스마트폰 예약판매
과거 물건 없어 '소비자 필요'에 의해 시작했지만
이젠 '공급자 필요'로 인한 마케팅 성격 짙어
과도한 마케팅이 예판 숫자 '뻥튀기'한다는 지적 있어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LG G6'의 예약판매가 6일 만에 6만대를 넘어섰다. 하루 1만명 꼴의 호실적에 'G6 초반 흥행 돌풍' 'G6 성공 청신호' 같은 기사가 쏟아진다. 실제 LG전자 관계자들도 성공적 예감에 한껏 고무된 상태다. 이렇듯 예약판매 성과는 스마트폰의 실제 성공 가능성을 점쳐주는 일종의 '힌트'가 된다.
예약구매자들의 속사정이 모두 같지는 않다. G6를 손꼽아 기다린 이들도 있겠고, 누군가는 예약판매 사은품이 탐났을 수도 있다. 취소에 따른 벌칙이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신청한 경우도 적지 않을 터다. 예약판매수가 올라가면 '공짜' 마케팅이 되니 제조사 차원에서 적극 나섰을 수도 있다.
사실 스마트폰 예약판매가 이렇듯 처음부터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마케팅 수단은 아니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 예약판매는 그저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에 의한' 산물이었다.
2009년 11월 초 KT가 '아이폰3GS'를 들여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시절, 불법적으로 아이폰 예약접수를 하던 대리점에 소비자들이 몰렸다. KT는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신문물을 접하려던 이들은 초반 물량 부족을 우려해 불법 예약구매에 매달렸다.
KT는 결국 20여일 뒤인 2009년 11월28일 아이폰3GS의 실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KT 온라인 장터 '폰스토어'가 불통이 될 만큼 파급력이 컸고 아이폰은 10여일간 총 6만6000대 예약판매됐다. 당시 예약구매자가 가장 소중히 여긴 것은 사은품이 아닌 아이폰을 누구보다 먼저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아이폰 예약구매자들 대부분이 '얼리 어댑터'로 인정받던 그런 시절이다. 이때는 자연스레 실구매율도 높았다.
그 이후부터 스마트폰 예약판매는 유행처럼 번졌다. 팬택이 2010년 첫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 노트3'를 예약판매했다. LG전자는 2014년부터 'LG G3'(LG U+ 단독)와 'LG G4'를 연달아 예약판매한 뒤 'V10', 'G5', 'V20'을 건너뛰고 G6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 사이 예약판매의 의미는 조금씩 바뀌었다.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주요 스마트폰의 초기 물량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예약판매는 '공급자에 의한 마케팅'적 성격을 더 크게 띠게 됐다. 공급자들은 '예약판매=인기상품' 이미지를 이용해 제품 출시 전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아이폰은 여전히 예외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3사는 지난해 상반기 '갤럭시S7' 예약구매 고객에게 12만9800원짜리 '기어VR'를,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 예약구매 고객에게는 스마트밴드 '기어핏2' 등을 주면서 고객을 모았다. 한때 갤노트7 예약판매에 40만명이 몰려들면서 사은품 재고가 부족해 늦게 지급되는 일도 있었다.
예약판매 성공여부가 제품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싼 사은품을 주고서라도 이를 높이고 싶은 게 제조사들의 마음일 것이다. LG전자가 이번 G6 예약판매에 내건 사은품도 상당하다. LG전자는 모든 G6 예약구매 고객에게 '액정 파손 무상보증 프로그램'과 '정품 케이스' 등 25만원 상당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높은 제품 완성도에 파격적 사은품 혜택까지 합쳐지면서 G6는 의미있는 예약판매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예약판매를 통해 소비자는 사은품을 받고, 공급자는 마케팅 효과를 높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과도한 마케팅으로 예약구매자가 '뻥튀기'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구매율이 낮다는 점에서다. 반면 갤럭시노트7 발화 이후 초기 불량 문제를 우려해 예약구매를 점차 꺼려한다는 분석도 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