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혜 기자] 조현증을 앓는 아들과 홀로 15년 동안 아들을 보살펴온 아버지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오전 10시께 부산 사상구의 한 빌딩 8층 옥상에서 배모(60) 씨가 투신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3시간 뒤인 오후 1시께는 사상구의 한 여관 침대에서 배씨의 아들(28)이 반듯하게 누워 숨져 있는 것을 여관주인이 발견했다. 아들의 목에서는 끈에 졸린 흔적인 삭흔이 남아 있었으며, 여관 화장실에서는 삭흔과 일치하는 끈도 발견됐다. 몸에 다른 상처는 없었다.
검안의는 아들의 시신 상태로 미뤄 이날 새벽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목이 졸려 살해된 것인지, 스스로 목을 조른 것인지는 외관상 확인할 수 없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부자는 지역 주민으로 전날 밤 집주변 여관에 함께 투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는 15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아들 두 명을 홀로 키웠다. 숨진 아들은 첫째 아들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어릴 때부터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품속에서는 홀로 남은 둘째 아들을 걱정하고, 그동안의 생활고를 비관하는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오고 지인 등을 모두 조사해 이들 부자가 왜 집 가까운 곳 여관에 투숙했는지 등 주변 정황이 먼저 나오면 사망과 관련한 정확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혜 기자 leh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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