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의 대규모 투자계획 보도자료와 트럼프 성명서, 단락 통째 비슷하거나 똑같은 표현 多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백악관이 발표한 공식 성명에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보도자료 문구가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론의 비판을 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엑손이 내놓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명을 내면서 엑손 자료의 단락 전체를 복사해서 붙이거나 동일한 표현과 단어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대런 우즈 엑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IHS-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연례회의에 참석해 2022년까지 석유 관련 사업에 200억달러를 투자하고 11개의 화학·천연가스 설비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엑손은 이를 통해 4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며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엑손은 이 보도자료를 오후 3시10분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같은 내용의 엑손 자료가 나온지 34분 후 백악관은 엑손의 문구를 그대로 담은 성명을 내고 이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 동영상과 트위터를 통해서도 엑손의 발표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P는 엑손 자료와 백악관 성명에 똑같은 문장이 반복되고 있고 일부는 순서배열과 미미한 표현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동일한 문장들을 공유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백악관에 기업 보도자료를 갖다 붙인 정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엑손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 장관이 지명 직전까지 CEO로 있던 기업이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의 '베끼기 및 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대선 경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 연설에서 미셸 오바마가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을 표절했단 비판을 샀다.
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커뮤니케이션 국장으로 임명됐던 모니카 크롤리는 표절 논란이 불거진 후 낙마했다. 크롤리는 2012년 발간한 그의 책 '도대체 무슨 일이(What The (Bleep) Just Happened)'와 박사 논문이 나란히 표절 의혹을 사자 결국 행정부 입성을 포기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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