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점포는 간식거리 매출 높고 병원은 비식품군 잘 팔려
대부분 매장에 유음료는 가장 안쪽 진열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얼핏 편의점을 떠올려 보면 점포마다 별다른 특징없이 똑 같은 상품이 놓여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권이나 고객 특성에 따라 방문 목적이 점포마다 다른 만큼 상품 구색과 진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상품배치도를 점포 진열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전국 점포를 10여개의 세부 상권으로 분류한 뒤 점포 크기, 진열대 수 등을 감안하여 카테고리 별로 표준 진열맵을 제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제공하는 표준 진열맵은 상권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출 트랜드를 중심으로 계절, 신상품, 상품회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 단위로 일선 점포에 공유된다. 점포에서는 최초 1회만 상권, 진열대 수, 진열대 크기 점포의 상황을 입력해 놓으면 매주 업데이트 된 진열맵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이렇게 세븐일레븐이 제공하는 전체 표준 진열맵만 해도 무려 7000여 개에 달한다.
점포에서는 제공된 진열맵을 기본으로 상품 구색 및 진열을 점검하며 각 표준 진열맵의 약 10%는 해당 점포 환경에 맞는 상품을 추가, 수정해 진열과 발주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상권별로 상품 팔림새가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그 팔림새가 진열의 차이를 가져온다. 특히 특수상권에 입점한 점포일수록 진열의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휴게소 점포는 운전 중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른다는 특징이 있어 간단한 간식거리 매출이 높게 나타난다. 세븐일레븐 상권별 매출 구성비 현황을 보면 휴게소 점포의 경우 음료 매출이 전체(담배 제외)의 42.2%를 차지한다. 타 상권 점포에 비해 목적성이 매우 뚜렷한 만큼 상위 5개 카테고리 모두 간단한 먹거리로 전체 매출의 86.2%가 발생하는 등 매출 쏠림 현상이 유난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휴게소 점포는 취급 품목수가 일반 점포 대비 30~40% 수준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베스트 상품위주로 구성, 상품별 진열수도 일반점포는 1~2줄로 진열하는 반면 휴게소점포는 기본적으로 6~7줄을 할애한다.
병원점은 타 상권과 마찬가지로 음료(23.4%)가 가장 높은 매출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바로 타 상권 점포와는 달리 선물세트 매출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음료 매출에서 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전체 분류 중 가장 낮지만 병원점은 24.7%로 전체 음료 중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보인다. 때문에 별도 진열대를 통해 상품을 진열하고 상품수도 일반점포 대비 10배 이상 많이 갖춘다.
병원점포의 또 다른 특징은 타 상권보다 비식품군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환자용 성인 기저귀 등 병원용품의 높은 판매에 힘입어 약품·의료품 매출 구성비가 5.3%를 차지하며 5위에 올라 있고 위생용품도 2.9%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비식품군 매출 비중도 17.6%로 유흥가(14.2%), 오피스가(12.2%) 등 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병원점포는 병원용품, H&B, 위생용품 등 수요가 많은 상품군을 중심으로 전용 매대를 운영하며 단품별 진열을 크게 넓혀 가시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족상권은 주류(맥주, 전통주) 매출 비중이 18.5%로 유흥 15.4%, 대학 11.6%, 오피스 7.7% 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에 타 상권 대비 취급 품목 수를 10% 이상 더 많이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매장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진열 법칙도 있다. 첫번째는 음료와 유음료는 매장의 가장 안쪽에 진열돼있다는 점이다. 음료와 유음료는 담배를 제외하고 매출이 가장 높은 상품군이다. 고객을 최대한 안쪽으로 유도하여 목적 상품 외 추가 구매를 일으키기 위함이다. 같은 이치로 ATM기도 매장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두번째, 한눈에 모든 상품을 다 볼 수 있다. 편의점의 진열대는 카테고리별로 5~7단이며 다단 선반으로 구성돼 있다. 맨 위 단이 가장 작고 아래로 갈수록 단이 커지는데 편의점은 대형마트와는 달리 동선 폭이 좁기 때문에 소비자가 진열대 앞에 섰을 때 허리를 숙이지 않더라도 모든 상품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맨 아래 단은 상품을 세우지 않고 상품명이 잘 보이도록 눕혀 진열한다.
마지막으로 상품 진열의 기본 원칙은 ‘트라이앵글’이다. 편의점에선 기본적으로 가볍고 작은 상품이 위에, 그리고 무겁고 부피가 큰 상품이 아래에 진열되는데 이는 삼각형의 진열 구조가 소비자들에게 시선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편의점은 주로 즉석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유통채널이므로 상품(또는 포장)의 크기에 따라 상품 회전율(상품이 판매되는 횟수의 척도)가 어느 정도 비례한다. 예를 들어 위생용품의 경우 칫솔, 면도기, 소용량 가그린 등이 크기가 큰 샴푸, 린스, 바디로션 등 보다 판매량이 많고 매대 상단에 위치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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