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의 러시아 내통 의혹이 불거지면서 워싱턴 정가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세션스 장관은 2일(현지시간)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미국 대선 선거운동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된 어떤 사안들에 대한 수사로부터 손을 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트럼프 선거운동과 관련해 러시아의 어떤 공작원이나 중개인을 만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대선 기간 러시아측 인사를 만났지만 선거 개입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식의 해명이다.
세션스 장관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고육책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상원 군사위원이자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최측근이며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세션스가 지난 해 7월과 9월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2차례 만났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그런데도 세션스 장관은 지난 1월 10일 상원 법사위 인준청문회에 나와 러시아와의 접촉 사실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세션스 장관의 러시아 연계 의혹과 함께 청문회 위증을 문제삼아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찰스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가 번갈아 기자회견을 갖고 “세션스 장관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할 수 없고, 수사 대상이 일 수도 있다”면서 장관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에선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전면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특별검사 등을 통한 독립적인 수사 착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론이 악화되자 공화당의 리더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조차 세션스 장관이 수사 대상이 된다면 스스로 수사 지휘선상에서 벗어냐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 내통설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사임했던 트럼프 정부로선 또다시 대형 악재에 직면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세션스의 수사 불관여’ 카드로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장관 사퇴나 특검 수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 상실로 비화될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도 버지니아 주에서 열린 항공모함 승선식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세션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방어막을 쳤다.
그러나 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총애하는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도 지난 해 플린 전 안보보좌관과 함께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측 인사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선 개입 연관성은 극구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러시아 대선 개입설은 ‘러시아 게이트’로 커지며 트럼프 정부를 옥죄어갈 분위기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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