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공식 발표…창사 79년만에 콘트롤타워 사라져
각 계열사별 자율 책임 경영 체제 돌입…후속 조치도 각사별로 마련
최지성 부회장·장충기 사장·팀장급 임원 일괄 사임
"흔적도 없이 해체"…삼성 그룹 경영방식 근본적 변화 불가피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삼성그룹이 28일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삼성은 창사 79년만에 콘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지금까지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삼성은 컨트롤타워를 해체하면서 각 계열사별로 자율 경영 체제를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미전실 해체에 따른 후속 조치는 각사별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미전실 공백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성 부회장·장충기 사장·팀장급 임원 사임=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날 오후 서초 삼성사옥 기자실에서 "오늘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을 일괄 기소했다"며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모든 책임이 미래전략실에 있음을 통감하고 미전실을 완전히 해체한다"고 밝혔다.
이준 팀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비롯해 미전실 팀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전원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후 각 계열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 경영을 할 것"이라며 "사장단 회의도 폐지하고 대관 업무 조직도 해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외부 출연금 및 기부금은 일정 이상일 경우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 승인 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도 사임한다. 또 승마협회에 파견된 직원들은 소속사로 복귀한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황성수 전무에 대한 인사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준 팀장은 "미전실 해체 이후에 후속 조치에 대해 궁금해 하겠지만 그룹이 해체된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각사가 자율 경영하면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59년 삼성물산 비서실이 기원, 58년 만에 콘트롤타워 사라져=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은 회장 직속 기구다. 미전실의 기원은 1959년 이병철 전 회장이 만든 삼성물산 비서실이다.
비서실은 이후 구조조정본부(1998년), 전략기획실(2006년)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삼성은 전략기획실을 폐지했으나 업무지원실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후 2010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미래전략실로 부활했다.
일부 기능이 남아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그룹 컨트롤타워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의 기원을 1959년 이병철 전 회장이 만든 삼성물산 비서실로 본다면 58년간의 경영 틀이 바뀌는 것"이라며 "하지만 형식과 내용에서 그룹 개념을 파기하는 만큼 창립 79년 삼성 역사의 대변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의지를 받들어 미전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 계열사의 업무를 조율해왔던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삼성그룹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이재용 부회장 철학 반영=이번 조치로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미전실은 완전히 해체되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독자 경영을 펼치게 된다. 각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로의 전환은 평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미전실을 해체하고 해외 선진 기업처럼 이사회 중심으로 책임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미전실은 그동안 외부로부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미전실 해체는 그동안 비난을 받았던 '비선에 의한 경영'이 아닌 말 그대로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경영철학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 청문회 발언에서 잘 나타났다. 이 부회장은 당시 "미전실 해체를 검토하겠다",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미전실이 담당하던 채용, 인사, 투자, 인수합병(M&A), 경영진단, 사업재편 등 주요 의사 결정은 계열사 이사회와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쇄신안에는 선언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어서 구체적인 방식은 각 계열사 경영진의 몫으로 남겨졌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구체적인 전략이 수립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흔적없이 해체"…미전실 임직원 200여명, 각 계열사로 흩어져=미전실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삼성그룹의 이름으로 진행하던 수요 사장단회의,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등의 행사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전실에는 약 200여명이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이날 사임을 발표한 최지성 실장, 장충기 사장과 팀장급 임원들을 제외한 인원들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각 계열사로 흩어질 예정이다. 이들은 대기 발령 상태로 근무하다 3월말까지 순차적으로 보직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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