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든 채 "대통령 탄핵 인용되면 죽을 각오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문채석 수습기자] 군복 차림의 60대 여성, 태극기를 둘러 맨 20대 젊은이 등 탄핵반대 집회에도 다양하고 개성 있는 모습을 한 참가자들이 등장했다.
이색적인 복장이 눈길을 끌었지만 이들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발하며 촛불집회에 맞서겠다고 했다.
25일 서울시청 인근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4차 탄핵반대집회'에 나온 김모(62·서울 은평구) 씨는 두툼한 군복을 입고 왼쪽 팔에는 태극기 표식을, 오른 손에는 커다란 성조기를 든 채 행진에 동참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14번의 탄핵반대 집회에 모두 참여했다"며 "우리를 지켜준 미국을 무시할 수 없고 앞으로 같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 군복과 성조기를 조합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탄핵은 당연히 각하될 것"이라며 "탄핵이 인용되면 죽을 각오도 하고 있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꼬마전구로 치장한 태극기를 둘러맨 정모(26·서울 종로구) 씨와 김보라(33·서울 양천구) 씨의 분위기는 한 결 가벼웠다. 이들은 지난주 집회에서 만난 30여명과 연락처를 교환한 뒤 평소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하며 행진 일정을 정해 만났다고 했다.
정씨는 "함께 만나 밥도 먹고 얘기도 하다 집회에 참가했다"며 "일종의 '집회메이트'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주최측에서 집회를 연다면 계속 참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첫 집회부터 꾸준히 참가했다"며 "박근혜 개인보단 나라를 위해, 법치 수호를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한모(65)씨는 온몸에 피켓을 3개나 두른 채 행진 대열과 발을 맞췄다. 피켓에는 '한국 언론 모두 가짜', '우리는 박 대통령을 사랑한다(WE LOVEPRESIDENT PARK)' 등의 문구가 빼곡했다.
한씨는 "처음 태블릿에 대한 이야기가 오락가락 할 때부터 (언론의) 거짓말이라는 것을 직감했다"며 "김무성이 박지원과 내통해 쿠테타를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대중가요도 없고 재미 있는 공연도 없는 이 집회에 이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다 애국심 때문"이라며 "이곳에 오면 답답한 마음을 치유받고 간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보수단체와 시민들은 대한문과 프라자호텔, 한국은행, 회현역, 서울역, 중앙일보를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이어갔다. 주최 측은 집회에 몰린 인파가 50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문채석 수습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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