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요가 짐볼에 스프레이를 뿌려 만든 '탄핵볼'에 환호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설 수습기자, 전경진 수습기자] "광화문에서 탄핵볼을 엄청 가져왔다고. 됐어 이제 탄핵이야. 가라 탄핵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속의 포켓볼이 '탄핵볼'로 변신해 서울 도심에 등장했다.
'박근혜정권퇴진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박근혜 있는 개강 없다!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 대학생총궐기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염원하는 탄핵볼을 선보였다.
요가 운동을 할 때 쓰는 커다란 짐볼에 빨간색과 하얀색 스프레이를 뿌려 만든 탄핵볼은 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누비며 인기를 끌었다. 포켓볼로 포켓몬을 잡듯, 탄핵볼로 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아이디어다.
정주회 시국회의 집행위원은 "거리에서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고 다니는데 우리도 그들과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박 대통령과 최순실 사태 공범자들의 구속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집회 후반부에는 박 대통령으로 분장하고 무대에 올라간 학생을 향해 탄핵볼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탄핵볼 뿐 아니라 이날 집회에서는 '포켓몬스터'를 활용한 공연들이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언제나 어디서나 최순실이 옆에 있어 약할 때나 강할 때나 우병우가 옆에 있어 너와 나 함께라면 얘넨 끝이야" 등 포켓몬 주제곡을 개사한 노래는 여기저기서 참가자들이 흥얼거리며 따라 했다.
대안대학 '청춘의지성'은 포켓몬과 최순실 사태를 접한 연극도 선보였다. 포켓몬 마스터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역을 맡은 이들을 상대로 "가라 구속영장", "촛불민심열매를 먹어라", "가라 나의 탄핵볼" 등을 외치자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대학생 조성지(20·서울대 국어교육과) 씨는 "현 시국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포켓몬고 연극을 통해 전달하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탄핵에 대한 대학생들의 열망도 더 강렬히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손범준(23·서울대 수리과학과) 씨는 "포켓몬고 연극이 신선했다"며 "특히 집회 참가자들이 직접 하는 연극이라 더 의미 있었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11월 동맹휴업 이후 처음으로 대학생 독자집회가 열린 이날 전국 35개 학생회 및 단체에서 30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대학로에서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한 뒤 오후 3시30분에는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후에는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17차 촛불집회 본집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설 수습기자 sseol@asiae.co.kr
전경진 수습기자 k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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