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정미 헌재재판관 후임 지명 검토 밝히자
대통령 측 "상황 변했으니 변론종결 불인정·대통령 출석 권유도 않을 것"
대법, '검토' 강조…논란·탄핵심판 영향 없도록 지명 시기 조정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임박해지자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 측이 '지연전략'과 '불복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최근 벌어진 대통령 대리인단의 막말과 폭언, 헌법 유린 행태가 이를 뒷받침한다. 탄핵심판에서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심판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으로 막판까지 탄핵심판 지연 의도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24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3월13일로 임기를 마치는 이정미 재판관(헌재소장 권한대행) 후임 지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 측은 후임 지명 계획을 다시 심판 지연 카드로 들고 나왔다.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대법원의 후임 인선은 이번 탄핵심판에서 큰 상황 변화"라며 "헌재는 27일 변론 종결을 하겠다고 했지만, 대리인단과 상의해 변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가 그동안 이 재판관 퇴임 이후에는 '7인 체제'가 되기 때문에 3월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는데 후임 임명은 '이 같은 상황의 큰 변화'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대통령 측은 헌재가 정한 오는 27일을 최종변론기일로 생각하지 않고, 상황이 변했으니 대통령이 나올 이유도 없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상황이 변했는데, 대통령이 나오실 이유가 있겠느냐"며 "대리인단은 그동안 대통령의 출석을 권유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헌재는 그동안 꾸준히 이 재판관의 퇴임일 이전 탄핵심판 선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재판관 '7인 체제'의 위기상황을 우려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개인 의견임을 밝혀왔다. 박 전 헌재소장도 퇴임 직전 변론에서 개인적 우려임을 전제로 의견을 피력했다.
양 대법원장이 이 재판관의 후임자 지명시기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일 뒤에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계획이며, 다음 주 내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이정미 재판관 후임 지명은 대법원장이 해야 하기 때문에 검토할 수 있는 일이지 아직 지명 계획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원론을 강조했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후임자 지명 문제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클 경우 후임 지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에 "후임자를 지금 지명하는 것이 탄핵심판 선고 심리에서 지연의 빌미가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이 최종변론기일 이후로 후임자 지명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탄핵심판 선고시기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데 다시 논란이 된다면 지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 소추위원단 관계자는 "대통령 측이 이 권한대행 퇴임 이후 뭔가 해보려는 '꼼수'를 부리려 하고 있다"며 "2달 보름 이상을 해온 재판의 최종 변론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탄핵심판 마무리 작업과 동시에 박 대통령 자진 사퇴설(하야) 등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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