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멕시코를 방문 중인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불법 이민자의 대거 추방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멕시코 달래기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 이민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켈리 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불법 이민자들 단속 과정에 군병력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의 대거 추방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민과 관련된 미국의 모든 정책은 합법적이며 인권 존중의 기반 위에서 집행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멕시코의 걱정을 한시름 덜어줬다.
그러나 켈리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을 군사작전으로 규정한 이후 바로 나온 것으로 미국 이민 정책이 혼선을 빚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이날 제조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불법 체류자를 '정말 나쁜 놈들(really bad dudes)'라고 칭하며 "불법 체류자의 추방계획이 정말 나쁜 놈들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했다.
틸러슨 장관도 멕시코 고위급 인사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두 나라가 때때로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양국은 서로 접한 국경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멕시코 고위관리들과 양국 간 현안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논의했다면서 양국은 논쟁 사안과 관련한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 계획과 이민단속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켈리 장관, 틸러슨 장관과 비공개 회담을 갖고 긴밀히 협력하려던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부 장관과 미겔 앙헬 오소리오 총 내무부 장관은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비데가라이 장관은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다른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한편 이날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미국과 멕시코의 장관급 회동에 대한 기대감에 트럼프 취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날 멕시코 페소 가치는 장중 한 때 1.5% 오른 달러당 19.6436페소까지 뛰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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