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구원 '낙수효과 통계 분석' 자료 발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관관계 미미
대기업·中企 해외 동반진출 2012년 이후 감소가 원인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약화되거나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중소기업연구원은 '낙수효과에 관한 통계적 분석이 주는 시사점'이라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중기연구원은 "우리경제는 지난 50여년간 경제성장 과정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면서 선성장·후분배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추구했다"며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낙수효과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지 여부를 통계적 방법을 활용해 분석했다"고 말했다.
중기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을 기준으로 대·중소기업간 상호 연결고리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홍성철 책임연구원의 '중소기업 경기종합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2016)'에 따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그랜저 인과관계'로 분석한 결과 2003년부터 2009년 사이에는 0~0.05 수준이었지만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0.10~0.98 수준이었다. 수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를 나타낸다. 0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다는 의미다.
이같은 결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해외진출이 약화된 통계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경제 전체 생산액에서 해외 현지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3.9%에서 2014년 18.5%로 증가했다. 대기업의 경우 16.8%(2009년)에서 22.1%(2014년)로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은 6.3%(2009년)에서 7.0%(2014년)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중기연구원은 "중소기업의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2013년에 소폭 감소하였고, 2014년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동반진출을 통해 동조화 패턴을 보이던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해외 진출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전에는 대기업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중소기업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했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중소기업간 상호 인과관계가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했다"며 "오히려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2차·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낙수효과는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분석 범위를 대기업과 1차·2차·3차 협력업체로 확대한 표한형 책임연구원(중기연구원 소속)의 조사에 따르면 2차, 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파급효과는 현저히 약화됐다.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이 1% 증가하면, 1차 협력업체의 매출액은 0.43%, 2차 협력업체는 0.05%, 3차 협력업체는 0.004% 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원청업체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1% 증가할 때 1차 협력업체의 매출액은 0.562% 증가했으나 2차 협력업체는 0.05%, 3차 협력업체는 0.007% 오르는데 그쳤다.
중기연구원은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많이 제기되어 왔으나 본 연구는 이러한 주장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제는 대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활력 있는 다수가 중심이 되는 사회경제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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