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해외 여성패션 브랜드 직매입 편집숍 경쟁
롯데百 강정아 수석바이어, 바이에토르 상품기획부터 판매, 재고까지 꼼꼼관리
갤러리아百 신창하 차장, 'G.스트리트494' 10년 한 우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살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유통업계에서 단독상품은 '우리만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해당 매장으로 이끄는 매출 효자로 꼽힌다.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경쟁 백화점에는 없는 '킬러 아이템'을 발굴해 소개하고, 소비자들의 반향을 일으키는 작업는 백화점에 고유의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다.
◆천직 찾은 패셔니스타=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3층 '바이에토르'. 각종 여성복 브랜드 매장 가운데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매장이다. 바이에토르(By Ettol)는 바이 롯데(By Lotte)를 거꾸로 읽어 만든 편집샵 이름이다. 말 그대로 '롯데에 의해' 만들어진 매장답게 상품기획부터 마케팅, 판매 및 매장관리, 재고관리까지 모두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직접 챙긴다. 강정아 롯데백화점 MD개발1팀 수석바이어(31ㆍ여)는 이 편집샵이 탄생하기까지 산파 역할을 했다. 2010년 롯데백화점 입사 이후 매장 근무를 하던 그는 이듬해 론칭한 바이에토르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 해외 브랜드 직매입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학시절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강 수석바이어는 자주 찾던 백화점에 입사를 했고 '운 좋게' 패션업무를 맡게된 것이다. 강 바이어는 대학시절 의상디자인을 공부하다 부모님의 반대로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패션과 인연은 뗄 수가 없었나보다"면서 "백화점은 쇼핑을 자주하던 저에게 친숙한 장소였고, 대학을 졸업한 여대생에게 백화점은 꿈의 직장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해외 패션 브랜드, 특히 여성 컨템포러리 직매입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우선 깐깐한 젊은 여성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춰야 하고, 이를 위해 철저한 시장조사와 자료조사를 통해 미리 유행을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 미팅을 위해 1년에 6번은 미국과 유럽 등에 출장길에 오른다. 강 수석바이어는 "브랜드 유치와 물류 작업부터, 매장 전시까지 모두 책임을 지는 만큼 부담스럽긴 하지만, 직매입 해외브랜드를 단독매장으로 성장시키는데 보람을 느낀다"면서 "성장둔화에 직면한 백화점업계에서 희망은 직매입인 만큼 앞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의 눈으로 보편적 취향 저격="편집샵은 이제 백화점에서 없어지면 안되는 카테고리가 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매장에서 백화점을 차별화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직매입 편집샵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 여성 해외패션 편집샵 'G.스트리트494'의 책임자는 남성이다. 여성이 입고 걸치는 패션 아이템에 남성의 시각을 더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신창하(42) 갤러리아백화점 상품본부 패션콘텐츠부 글로벌 MD팀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여성 고객들의 스타일은 다양한데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다 보면 다양성을 잃을수 있다"면서 "남성의 눈으로 여러사람의 취향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 차장은 2005년 입사한 뒤 처음 글로벌MD팀으로 배치받은 이후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고 있다. 4년전 잠시 수원점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했지만, '첫 정'을 잊지못해 1년만에 다시 복귀했다. 신 차장은 "해외 직매입 업무는 신입사원때부터 한 업무인 만큼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하고 애착이 더 간다"고 전했다.
수많은 해외 브랜드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는 업무는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작업과 같다. 백화점이 직접 거금을 투자해 패션상품을 들여와 판매해 수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구조다.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성공하면 성취감도 크다. 최근에는 강 차장이 들여와 멀티샵에서 판매하던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MSGM가 단독매장을 내기도 했다. 그는 "매번 새로운 브랜드를 접할수 있다는 것이 업무의 장점"이라며 "제가 수입해온 브랜드가 성장해 다른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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