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미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 인터뷰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지난 3년간 세계 통신사 매출 성장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돈을 벌든 못 벌든 주파수와 통신망에 투자해야 하는 게 통신사의 숙명이다. 2020년까지 통신사들이 투자해야 하는 돈만 약 2000조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현미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카카오톡, 왓츠앱 등 소셜네트워크 기반의 OTT(Over To Top) 서비스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력화했다"며 "지금은 통신사가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통신망조차 구글의 풍선인터넷, 페이스북의 드론인터넷 등 값싸고 효율적인 대체재 앞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양 CSO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 통신시장은 대부분 포화상태인 만큼 각 통신사들은 가입자 수 증가를 기대하기보다 수익성 개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220여 국가의 800여개 통신사들과 만난 그는 전세계 통신사들에 '협력의 힘'을 생존 해법으로 내놓았다.
"개별 통신사가 10억 단위 사용자를 가진 페이스북과 플랫폼을 놓고 경쟁할 순 없다. 하지만 통신사들에겐 표준화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세계 사용자 50억 명이 있다. 여기에 통신사 간 호환 가능한 서비스를 얹게 되면 순식간에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서비스 개발자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플랫폼은 없다."
최근 GSMA는 이러한 '50억의 파워'(‘Power of 5 billion’)에 기반해 향후 10년간 글로벌 통신 업계를 이끌 성장 전략 세 가지를 마련했다. 바로 '디지털 신분증과 퍼스널 데이터', '사물통신의 사이버 보안과 기기접속 컨트롤', '플랫폼으로서의 네트워크'이다.
양 CSO는 "전세계 통신사들이 협력해 2~3년 안에 이 과제를 성공시킨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창출되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CSO는 SKT, KT, LG U+ 등 국내 통신사들에게 “서로 고객 뺏기 경쟁을 하기보다 드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훌륭한 통신망과 진보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비전과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구상하는 플랫폼 전략은 규모와 속도의 경쟁이고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는 통신사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통신사의 경쟁자가 다른 통신사였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경쟁자가 누구인지, 최고의 협력 파트너는 누구인지 잘 살펴야 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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