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에 출석할 경우 국회소추위원단과 재판부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박 대통령의 실제 헌재 출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 일각에서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나가 최후변론을 하면 분위기 반전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이 신문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일 15차 변론에서 "헌재법 제49조는 소추위원이 피청구인(박 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는 최종변론기일이라고 해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답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지난 18일 '대통령이 최종변론에 출석하면 국회 측으로부터 신문을 받아야 하는지'를 묻는 취지로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 재판부가 답하면서 나왔다.
대통령 측은 그동안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면 최후변론만 할 뿐 어떤 질문도 받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거듭해왔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6일 브리핑에서도 "(대통령) 최후 진술은 신문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신문을 받게 되면 국회 측이나 재판부의 날카로운 질문에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판단이 대통령 출석 여부를 고민하게 하는 가장 큰 가능성으로 꼽힌다.
특히 '송곳 질문'으로 유명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의 신문에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여론의 거센 비난은 물론 탄핵심판에도 불리한 국면에 놓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이날 재판부가 이 같은 대통령 측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통령 측으로서는 고민이 늘게 됐다. 그동안 여러 차례 언론 등을 통해서 대통령의 헌재 출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헌재에서 신문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이 나오자마자 이를 뒤엎는 것은 자칫 '도망친다'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도 있어서다.
이 권한대행이 이날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재판부 질문에 적극 답변하는 것이 이 실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대통령 입장에서도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도 헌재 출석을 무작정 거부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박 대통령의 출석을 이유로 최종변론기일 절차를 조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준비기일을 포함해 지난해 12월부터 재판절차가 진행돼 왔는데 그동안 전혀 출석하지 않다가 다른 날짜를 잡아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가 최종변론기일로 정한 24일까지 아직 한 차례 더 기일이 남은 것도 별도의 기일을 지정하기 힘든 이유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이날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다음 변론기일 전까지 확정해 알려달라고 요청한 만큼 늦어도 22일 오전까지는 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 결정이 나왔으니) 대통령과 출석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의 출석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심판정에) 나와 신문을 받는 게 국가 품격에 좋겠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헌재는 대통령 측이 출석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면 예우 등을 감안한 구체적인 절차와 일정을 정한 뒤 다음 변론에서 알릴 계획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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