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임·신규사업 불가 등 중징계 예고
23일 결과 앞두고 대법원 판결따라 소멸시효 계산해 일부 지급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국내 '빅3' 생명보험사가 오는 23일 예정된 금융감독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관련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재 수위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ㆍ신규 사업 진출 불가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ㆍ교보ㆍ한화생명 등 생보 3사는 최근 미지급 자살보험금중 100억원, 167억원, 130억원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 3사가 미지급금 일부에 대한 지급 결정을 밝힌 지 한달만이다.
보험금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주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 1608억원, 교보생명 1134억원, 한화생명 1050억원 등 총 3792억원이다.
생보 3사가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생보사들이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보험사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첫 보험금 지급권고를 내린 2014년 9월 5일로부터 2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해 2012년 9월 6일 이후 사망한 건의 자살보험금 4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25%이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가 들어온 건에 대해 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15%인 167억원, 160억원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보 3사의 일부 지급 결정에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말 생보 3사에 중징계를 예고했다. 기관에 대해선 영업 일부 정지에서 영업 인허가 취소, 임원에 대해서는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에 이르는 예상 제재 범위를 통보했다.
회사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아도 1년 안에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업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 최고경영자(CEO)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해임권고를 받으면 5년간 임원 선임이 불가능하다.
교보생명은 최악의 경우 오너이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 재선임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교보생명이 지난달 중순 미지급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한 뒤 한달만에 모두 지급한 것도 신 회장의 재선임 문제와 연관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도 상황은 비슷하다. 두 회사는 교보생명과 달리 오너가 맡고 있지 않아 대표이사 선임 문제는 없지만 제재 수위에 따라 그간 세워둔 경영전략이 중단될 수 있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관련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일반사망보험금의 경우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청구해도 보험금을 지급해왔다"며"금감원도 검사를 통해 과소 지급ㆍ미지급 등이 발견되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보험사들이 청구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들면서 보험금을 못 주겠다고 할 경우 고객과 보험사간 분쟁 소지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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