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男용의자 3명 해외 출국 정황, 말레이 경찰 이날 오후 예정된 기자회견 발표 내용에 촉각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붙잡힌 북한 국적자 리정철이 직접 독극물 제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정철과 함께 이번 암살을 주도한 남성 용의자 3명은 이미 말레이시아를 떠난 정황이 포착됐다.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는 19일 리정철이 북한의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하고 2000년 졸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후 2010년께부터 1년여간 인도 동부 콜카타의 연구소에서 일했고 이후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IT(정보기술) 업체의 입사 제의를 받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그가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액체 독극물 제조에 관여했다고 결론짓기는 너무 이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리정철은 가족과 함께 1년 넘게 현지에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 i-KAD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i-KAD는 외국인 노동자가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1년 기한의 노동허가를 갱신할 때 발급된다.
말레이시아 독극물 권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범인들은 통상적인 화학물질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종류의 화학물질일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 암살의 배후세력이 "해당 목적에 맞춰 특별 생산한 더욱 효과적인 화학물질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러 화학물질을 섞을 경우 종류 파악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매체는 또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30대에서 50대 사이로 보이는 남성 용의자 3명이 범행 직후 인접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 내 CCTV를 분석한 결과 용의자들이 (김정남) 공격 전에는 회색, 보라, 초록색 옷을 입고 있었지만 공격 후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입고 출국장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남에 대한) 공격을 실행한 여성 피의자들은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남성 공범들이 다들 어느새 사라져버린 상황에 부닥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해결에 핵심 열쇠를 쥔 인물들의 신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본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지난 13일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후 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상황과 김정남 부검 결과에 대한 언급, 북한의 시신 인도 요구 등에 대한 입장 정리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