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發 변수에 부풀려진 보수 재결집 기대감
자유한국당 일주일새 2.9%포인트 지지율 상승
'태극기 집회'로 상징되는 '반공보수층' 결집
중도 표방한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 당론 놓고 내홍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탄도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등 잇따라 발생한 북한발(發) 변수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보수 진영은 반전을 노리며 '북풍(北風)'에 올라탄 모양새다. 대선 정국의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지층 결집에 요긴한 촉매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안보는 보수"를 외쳐온 국민의당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당론을 놓고 내홍에 빠졌다.
보수 진영에서 북풍에 올라탄 이유는 갈 곳을 일은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보수 지지층은 대선을 앞두고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표심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을 비롯해 중도성향의 안철수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에게 갈갈이 찢겨있다.
북풍은 역대 선거에서 보수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위력이 크게 감소했다. 이번 사건들은 대선 정국에 매우 민감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 정국으로 위기를 맞은 보수층이 재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이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도 보수층의 안보 불안 심리를 겨냥한 것이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층은 한국당이 흡수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2월 2주차 주중동향(6~10일·2511명·응답률 8.0%·표본오차 95%·신뢰수준 ±2.0%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nesdc.go.kr) 홈페이지 참고)을 보면 한국당은 전주보다 2.9%포인트 상승한 14.5%를 기록하면서 2위를 기록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선전은 '태극기 집회'와 대북 강경발언 등으로 보수의 표심을 자극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여론의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의 승패를 떠나서 다음 대선을 또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문제는 '안보는 보수'를 강조하고 있는 중도층의 표심이다. 중도를 표방해온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를 두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17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사드 반대 당론 철회 등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주승용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은 안보는 보수라는 걸 자처해왔다. 이렇게 변화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많이 약해졌다"며 당론 철회 의견을 모으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보수 정당들은 곧바로 공세에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공당의 원내대표 의견이 당내에서 쉽게 묵살되는 것이 같은 원내대표로서 의아스럽고 아쉽다"며 "중도정당은커녕 민주당 흉내를 내는 정당이 되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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