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경쟁사 등 비난 잇따라…부정적 이미지 확산
채용도 오리무중…GSAT 시험날짜 확정 안 돼 취준생도 오락가락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원다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그룹도 '글로벌 여론 뭇매'에 시달리고 있다. 외신들이 앞다퉈 영장청구건을 다루면서 삼성의 대외 신용도와 글로벌 평판이 급격히 추락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을 넘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우려다.
14일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직후 외신들은 주요 뉴스로 앞다퉈 보도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인 CNBC는 '커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스캔들'이라는 뉴스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그리고 구속 여부를 기다리는 동안 삼성그룹을 경영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것은 CNBC가 삼성 외에도 현대차그룹 등 한국 재벌 특유의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시각을 보였다는 점이다. 삼성의 이슈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자료화면에는 하락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를 띄웠다.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공산이 크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애플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애플인사이더'도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 같은 외신들의 보도가 글로벌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영장 청구는 미국 사법 당국이 삼성전자를 외국 부패 기업에 강력한 벌칙을 가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 이 경우 벌금 제재는 물론 수출 면허 박탈, 미국 내 공공사업 입찰 금지, 증권 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과 비슷한 법을 가진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이 잇따라 유사한 제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벼랑 끝에 몰리면서 삼성은 경영 현안도 올스톱된 상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달 중 예정된)삼성전자 이사회 참석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요 주주가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면 각종 중요한 결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도 멈춰선지 오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세계 무대에서 발을 넓혀왔다. 매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올해 이사회에는 사실상 참석이 불투명하다.
불똥은 취업준비생에게도 튀었다. 삼성은 매년 20만명이 응시하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시험날짜를 확정하지 않았다. 현재 4월16일, 23일 등 복수의 날짜를 두고 여러 학교와 고사장 계약을 체결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서 날짜를 여러 개 준비하는게 아니겠냐"며 "최순실 사태가 삼성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1만4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채용시장의 '큰손'인데다, 삼성의 그해 채용 규모가 다른 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채용시장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