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청 'AI와 저작권' 보고서 발표
"아이디어, 자유롭게 이용해야 문화 발전"
日창간 디자인 매체 "진짜 악당 오픈AI 아냐"
챗GPT의 스튜디오 지브리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보고서를 지난해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픈AI는 지난달 챗GPT-4o를 통해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내놓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해 3월 발표한 ‘인공지능(AI)과 저작권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작풍, 화풍 같은 아이디어가 유사할 뿐 기존 저작물과의 직접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 생성물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문구에 따르면 오픈AI가 운영하는 챗GPT 서비스로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림체를 모방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저작권법 위반이 아닌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보고서는 "작풍이나 화풍은 ‘아이디어’이고,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원칙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경우, 아이디어가 공통된 표현 활동을 제한해 표현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며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에서 작품과 정보를 풍부하게 하고 문화를 발전시켜 저작권법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청은 저작권분과회를 통해 2023년 7월부터 저작권법 틀 안에서 AI를 어떻게 해석할지 수차례 회의를 갖고, 일반 대중의 의견 수렴까지 거친 뒤 이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 발표 이후, 장예영 일본 독쿄(獨協, Dokkyo)대학 법학부 교수 역시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간하는 이슈리포트를 통해 "(일본은) 아이디어가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문화청의 입장을 보면 AI가 단순히 화풍을 모방할 뿐 지브리 작품의 장면이나 스토리를 생성하지 않는다면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AI가 토토로 옆에 서 있는 사진을 만들거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장면을 재현하지 않는 한 합법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디자인 전문지 ‘얀코 디자인(YANKO DESIGN)’도 이와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얀코 디자인은 야마다 타카시라는 일본인이 만든 매체로, 전 세계 디자인 분야의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얀코 디자인은 ‘일본의 저작권법이 챗GPT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노골적으로 훔치도록 허용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진정한 악당은 오픈AI가 아니라 창작자에게 적대적인 일본의 저작권 체계"라며 "예술적 수출을 통해 상당한 문화 자본과 소프트 파워를 구축한 국가(일본)로서 극단적인 인지부조화"라고 꼬집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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