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우후죽순 생긴 명동 내 호텔, 직격탄
호텔 앞으로 관광객 실어나르던 관광버스 사라진 지 오래
평균 객실점유율 60% 불과…"중저가 관광호텔 타격 더 클 것"
한때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요우커)을 실은 관광버스가 명동 인근의 호텔 앞에 줄지어 서있을 정도로 붐볐지만 최근 요우커가 급감하면서 특급호텔서 중국인들이 수십명씩 떼지어 다니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호텔 조식 메뉴에 인도음식, 태국음식 등이 나오는 것을 보니 호텔을 찾는 이들이 중국인 일색에서 동남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겨울휴가차 서울 중구의 한 호텔서 투숙했던 임모(36)씨는 "아침 식사를 하러 호텔 레스토랑에 내려가니 그동안에는 잘 없었던 인도 음식도 나와 깜짝 놀랐다"며 "왁자지껄하던 중국 단체 여행객도 눈에 띄지 않아 확실히 중국인 관광객이 줄긴 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과 중국간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국내 호텔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
12일 중국인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이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 쇼핑센터 거리가 부쩍 한산했다. 인근 상인은 "작년까지만해도 평일장사는 단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 위주로 했었다"면서 "골목길을 걸어갈 때도 중국인들에 치여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칠 정도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20~30%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이렇다보니 동대문, 명동 등의 주변 호텔들도 중국인 고객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명동의 한 4성급 호텔 담당자는 "지난해 3월 기준 중국인 비중은 20%였지만 12월에는 16%로 4%포인트 감소했다"면서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로비에 줄지어서 체크인을 했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명동이 속한 서울 중구 내 호텔들의 평균 객실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60%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객실 할인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객실 330여개를 보유한 4성급의 한 호텔은 1박 요금이 6만9750원까지 내려갔다. 13만3000원에 판매하던 객실을 40%가까이 할인해 8만3000원에 판매하는 4성급 호텔도 있다. 신축 호텔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은 지 3~4년밖에 되지 않은 한 비즈니스호텔은 정가 16만원짜리 객실을 절반가격인 8만원대에 내놓기도 했다.
중구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예전에는 거리에 단체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4~5대씩 길게 줄지어 서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많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호텔에서는 요우커 자리에 동남아 여행객과 개별 여행객들이 오고 있어 매출 감소가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중저가 관광호텔들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 수요를 기대하고 우후죽순 생겨났던 호텔들은 직격타를 받게 됐다.
이날 회현사거리에서 퇴계로 2가까지 600m 남짓 거리에는 호텔 간판들이 줄줄이 들어서있었다. 뉴오리엔탈, 데이즈호텔 명동, 르와지르서울명동호텔, 호텔스카이파크 명동 1호점, 이코노미호텔 명동프리미어점, 사보이호텔, 호텔프린스서울, 나인트리호텔, L7명동, 더 그랜드호텔명동, 호텔스카이파크 명동3호점, 세종호텔,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서울명동까지 눈에 들어오는 것만해도 13개에 달했다. 서울 중구에만 '호텔'을 검색하면 1만3642건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면서 객실 점유율은 감소 추세다. 롯데호텔은 40%였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30%대로 줄었고 세종호텔은 36%에서 33%로 소폭 떨어졌다. 단체 여행객들이 빠진 자리에 개별 여행객(싼커)들이 채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중국인들의 비중을 100% 채우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저가상품을 기획해서 판매하는 큰 여행사가 없어졌다는 말도 나왔다"면서 "저가로 한국을 찾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에 묵었던 1~3급 정도의 관광호텔들이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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