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광객 줄며 '단골체험' 메리트 사라져
가리비ㆍ바닷가재 등 외 평범한 메뉴·잡화 가게는 더 썰렁
싼커 늘어 면세점 매출은 좋다는데…답답한 상인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진짜 '그것' 때문이 맞나?"
12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노점 상인 김모(46ㆍ남)씨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이슈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아내가 새우ㆍ떡 튀김을 달짝지근한 양념에 버무릴 동안 김씨는 쉴 새 없이 호객했다. 이날 오후 6시께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 손님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발길을 멈춘 한 일본인 관광객은 가격만 묻고는 쌩 가버렸다.
김씨는 "거리를 봐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없다"며 "매출이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큰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사드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관련 얘기가 나온 뒤 중국인 관광객이 싹 빠진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여행업계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여행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사드 영향으로 이번 중국 춘절(春節ㆍ1월27일~2월2일)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 고객이 1년 전보다 20~50%씩 줄었다고 토로한다.
춘절이 끝난 뒤 명동 거리는 더욱 비어 보였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노점들은 불을 밝히며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나섰다. 270여곳에 이르는 노점 중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거나 북적이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160곳 정도인 음식 노점만 이익을 내지 여타 업종은 그냥 놀 순 없으니 장사하러 나오는 수준이라고 한 노점 상인은 귀띔했다.
옷, 모자ㆍ목도리, 양말, 액세서리 등 노점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어묵, 회오리감자 등 먹거리만 사든 외국인 관광객들은 빠르게 이들 노점을 스쳐 지나갔다. 옷을 파는 전모(35ㆍ남)씨는 "구경하는 사람조차 드물다"며 "업종을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된다"고 한숨 쉬었다.
음식 노점도 메뉴에 따라 분위기가 천지 차이다. 춘절 이후엔 가리비ㆍ바닷가재 구이, 소고기 스테이크 등 이색 길거리 음식이 아니고선 손님 발길 붙잡기가 힘들다. 군만두ㆍ맛탕ㆍ소시지 등을 파는 상인들은 모자, 마스크, 목도리 등으로 무장하고 점퍼에 손을 푹 찔러 넣은 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렸다.
노점에 손님을 빼앗겨왔던 식당들은 타격을 몇 배 더 받고 있다. 메뉴판을 들고 호객 중이던 한 식당 점원은 "둘러보면 테이블이 3곳 이상 찬 식당이 거의 없다"며 "다들 이렇게 직접 거리로 나와 힘겹게 호객한다"고 말했다.
"김치찌개, 부대찌개?" 찌개 음식점에 가고 싶어 하는 일본인들에게 맛집을 알려준 장문혜 서울시관광협회 관광통역안내사 역시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체감한다고 했다. 장 안내사는 "지난해 이맘때에는 관광객, 특히 중국인들로 명동 거리가 좀더 붐볐다"면서 "길이나 장소 등을 안내해 보면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와 개별을 막론하고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어 통역이 주업무인 그는 일본어 안내를 비슷한 빈도로 하고 있었다.
노점 상인들 대부분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싼커(散客ㆍ중국인 개별관광객), 일본인 관광객 등이 늘어난 느낌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관광공사는 싼커 증가 영향에 이번 춘절 연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4% 정도 늘어난 14만명 내외인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싼커들은 보통 명동 등 단체관광 단골 여행지보다는 개인 취향 따라 행선지를 정하고 쇼핑도 면세점, 백화점 위주로 한다. 명동 노점 상인들의 '힘들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호소가 이해 가는 대목이다.
토치로 화려하게 '불쇼'를 했던 가리비 치즈 버터구이 상인들은 손님이 뜸하자 한동안 멍하니 거리를 쳐다봤다. 풀리지 않는 날씨처럼 명동 거리의 매출 한파도 장기화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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