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만 75만명…한파 속에도 끝까지 자리 지켜
청와대 이어 헌재 앞 포위 행렬…풍물패에 강강수월래까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현주 기자, 문제원 기자] 정월의 보름달보다 더 크게 빛나는 촛불의 물결이었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5차 촛불집회'에는 올 들어 최대 인파가 모였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은 오후 8시50분 현재 전국적으로 연인원 80만명이 집결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에만 75만명이 운집했다.
이날 퇴진행동은 시민들과 함께 박 대통령의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아울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을 연장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박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지연과 노골적인 헌재 압박으로 탄핵이 지연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 거부,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통령 감싸기 등으로 국민적 분노가 높아져 참가인원이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과 세종로네거리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은 본 집회 후 청와대를 거쳐 헌법재판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1차로 청와대를 포위하고, 2차로 헌재의 빠른 탄핵을 촉구한다는 의미다.
촛불을 든 대열은 ▲청운동 주민센터 ▲자하문로 ▲126맨션 앞 등 청와대 방면 세 갈래로 진행한 후 율곡로에서 합류해 헌재 방면으로 2차 행진을 이어갔다. 인파를 따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탄핵지연 어림없다", "헌재는 탄핵하라, 2월에는 탄핵하라", "특검을 연장하라, 범죄자를 구속하라", "황교안이 박근혜다, 황교안도 퇴진하라" 등의 구호와 함성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헌재로 향하는 2차 대열 선두에는 풍물패가 섰다. 헌재 앞에선 풍선 수백개에 '2월 탄핵', '박근혜 구속'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달아 날리고 '탄핵 촉구-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소원지를 태웠다. 강강수월래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손을 맞잡고 흥겹게 동참했다.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부모 손을 꼭 잡은 어린 아이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하지만 체감온도 영하 6도의 날씨에도 이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행진에 함께 한 대학생 김모(28) 씨는 "뉴스를 보다 분노해 오랜만에 촛불집회에 나왔다"며 "이 사태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게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김진민(29) 씨는 "촛불집회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이번주엔 꼭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3월 초 탄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는데 당연히 인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3) 씨는 "앞뒤로 끝도 없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며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방해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안 받으려는 모습에 시민들이 분노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모(60) 씨는 "5·18 때는 군대에 있었지만 6월 항쟁 땐 데모에도 나갔었다"면서 "혹시라도 탄핵이 기각된다면 화염병까진 아니더라도 온 몸으로 저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시대도 겪어 봤지만 결국 역사는 바뀐다"며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국민들이 살기 좋은 국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퇴진행동은 이달 중 동력을 재결집해 오는 18일 대규모 집회를, 25일에는 전국 집중집회를 열 방침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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