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가 지난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는 인물 중 하나로 지목했던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파일이 새로운 불쏘시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고의 지연전략 의혹을 받아왔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갖고 있는 김 전 대표의 녹음파일 2000여개 전부를 받아 분석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2차 변론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김 전 대표 등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2000여개를 검찰로부터 받아달라고 헌재에 요청했다.
앞서 박 대통령 측은 지난 3일에도 녹음파일을 헌재에 요청한 바 있지만 검찰이 녹취록은 단 29개만 만들어 놓은 것으로 확인되자 다시 녹음파일 2000여개 전부를 건네 달라고 한 것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 같은 대통령 측의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검찰에 문서송부촉탁을 하기로 했다.
실제 대통령 측이 녹취파일 전부를 전달받아 분석을 시작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한 용도로 녹음파일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된다.
헌재가 22일 이후의 증인신문 일정을 정하지 않았고, 23일까지 양측 대리인단에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하라고 하는 등 최종변론기일이 다가오자 심판을 늦출 수 있는 도구가 사실 상 증거조사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이 녹음파일을 전부 건네받지 못하거나 조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또다시 전원사퇴 가능성을 시사 할 수도 있다.
대통령 측은 나머지 녹음파일에서 고 전 이사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연관된 사건을 왜곡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측은 지난달 25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탄핵심판 결론이 나야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대리인단 전원사퇴를 의미하는 중대결심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녹취파일 검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냐'는 질문에는 "시간이 많으면 천천히 해서 재판부에 제출하고 검증 받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러다가 지연전략 얘기를 들을 것 같다"며 "최대한 빨리 나눠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해당 녹취파일 중 상당수는 이번 탄핵심판과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녹음파일 2000여개가 확인됐지만 절반 이상이 김수현의 개인적인 통화와 영어 학습하는 개인적인 파일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체분석 결과 100여건에서 사업의 일부 용어가 나왔고, 그중 29개가 사건과 깊게 관련돼 있어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녹음파일은 김 전 대표가 사용하던 컴퓨터에 있던 것을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검찰에 제출했던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29개만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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