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면조사·특검 연장까지 여파
"서면제출 요구 제대로 소화할지 의문"
"대면조사와 특검 연장은 별개 사안"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 측이 '23일까지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서면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출해 달라'는 헌법재판소의 요구에 고심하고 있다. 단순히 정리하는 문제를 떠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 특검 연장 등 굵직한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1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헌재의 요구에 대해 "22일까지 증인신문을 하고 곧바로 정리해서 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변호인단이 그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의 이 같은 반응은 헌재의 요구가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내달 13일 이전에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결론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그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이어 "헌재가 지금까지 워낙 속도를 내 변론기일을 따라가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면서 "서면 제출 요구는 변호인단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헌재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증인에 대한 신문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헌재는 앞서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고영태 더블루K 전 이사와 류상영 전 과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직권으로 취소한데 이어, 증인신문 출석을 연기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해서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불출석 사유와 상관없이 증인신문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탄핵심판기간이 최대 6개월인데, 충분히 듣지 않고 (판결을) 서두를 경우 역사적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 측이 헌재의 서면정리 요구에 부담을 느낀 것은 특검의 대통령 대면조사, 궁극적으로는 특검 활동기간 연장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가 탄핵심판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대통령 대면조사와 특검 연장 여부를 서둘러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특검과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일정 등을 감안할 때 13~14일 중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전망이다.
이는 특검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검은 전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은 특검 연장의 주요 사유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검연장과 박 대통령 조사일정은 별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와 함께 대통령의 헌재 변론 출석 여부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법률대리인단이 논의를 시작했고, 결론이 나면 박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헌재는 9일 탄핵심판 12차 변론에서 "14일까지 대통령 출석에 대한 입장을 결정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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