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매립·소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전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원자력연구원 내 시설을 대상으로 ‘방사성폐기물 관리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 원자역연구원은 핵연료재료연구동,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 금속용융시설 등 원전제염해체 관련 시설 등에서 콘크리트 폐기물 일부를 외부에 매립(또는 방치)하고 장갑 등 용품을 일반쓰레기로 버리는가 하면 현장에서 쓰인 작업복과 이를 세탁하는 데 사용한 물 등을 무단으로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원자력연구원은 우라늄과 세슘 등 방사성폐기물 109톤을 허가 없이 녹이고 작업과정에서 사용된 장갑 등을 소각하는 한편 폐기물 소각 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을 조작했다고 위원회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연구원은 감사결과 내용 모두를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원자력연구원은 “(감사 내용을 인정) 국민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안겨 죄송하다”며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모든 사안에 대해 책임과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의 사과와 재발방지에도 대전 지역사회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위원회의 중간발표에 대전시가 유감을 표명, 시민안전 확보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핵재처리 실험저지 30㎞ 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원자력연구원을 규탄했다.
여기에 시와 원자력연구원이 소재한 자치구가 합세해 ‘원자력 안전 분야의 지자체 권한 강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앞서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달 초에 열린 시정 점검회의에서 원자력안전 분야에 대한 지자체 권한 강화를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권 시장은 “원자력연구원을 둘러싼 지역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정부-원자력 관련 기관 간의 소통구조가 미흡한데다 지자체장이 갖는 권한 역시 없는 실정”이라고 지자체 권한 강화를 어필했다.
또 원자력 안전 격상을 올해 주요 시정목표의 하나로 설정, 유성구·시민단체·유성핵안전대책본부와 협의해 ‘시민안전성검증단’을 꾸리는 방안도 추진해 왔다. 시는 향후 검증단을 통해 그간에 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일었던 의혹과 불신의 대상을 조사하고 해당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자치구도 시의 원자력 분야 권한 강화 요구에 궤를 함께 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원자력연구원은 이미 지역 주민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 때문에 원자력 분야가 국가사무로 규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원자력연구원 소재지의 관할 지자체(자치구 포함) 권한을 배제해선 안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편 위원회는 ‘방사성폐기물 관리 실태조사’에서 원자력연구원 내 현장조사(21회)와 50여개의 시료를 채취분석, 20여명의 관계자 면담을 진행한 결과를 9일 중간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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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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