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장기금융상품 잔액 감소로 전달보다 1.6조 줄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만기가 긴 금융상품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6년만에 줄었다.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돈을 오래 묶어두기 불안한 심리가 반영돼서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금융기관유동성(Lf)는 3327조원(평잔)으로 전달보다 0.1%(1조6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Lf 잔액이 감소한 건 2011년1월 이후 처음이다. Lf는 시중의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에 만기 2년이상 예적금, 금융채, 생명보험계약준비금, 증권금융예수금 등을 포함한 수치로,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나타낸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줄어든 덴 만기 2년이상의 장기 금융상품 잔액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2년이상 장기금융상품 잔액은 12월 276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4%(6조8000억원) 줄어들었다. 이 외에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M2는 2405조8000억원으로 전달과 거의 비슷했고, 생명보험계약준비금과 증권금융예수금은 645조원으로 0.7%(4조4000억원) 늘었다. 결국 장기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채와 만기 2년이상 예적금의 규모가 감소하면서 금융기관 유동성 잔액이 줄었다"며 "장기물을 사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건 지난 연말 시장의 장기금리가 반짝 상승한 영향이 크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장기금리가 급상승했다. 작년 초 1%대에서 움직였던 5년물 금융채 금리는 11월 2.1%대까지 올랐다. 이같은 장기금리 상승에 장기채권 가격이 하락하며 매력도가 떨어지자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11월∼12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외국인 채권 잔고가 4년만에 처음으로 90조를 밑돌았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4회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시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금리와 연관성이 높은 장기금리는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위험관리 차원에서 만기 구조를 짧게 가져가려는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 역시 장기금리를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치·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이자율에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 반영돼 장단기 금리차가 커진다는 논리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여러가지 불안정한 요인들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장기물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을 점치고 대체 상품으로 빠져나가려는 성향도 반영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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