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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차기정부 지도자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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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성공단 가동중단 1년...재가동을 위한 조건들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10일이면 개성공단이 전면 가동중단된 지 1년이 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재가동해야 한다"고 공약하는 등 대선 유력주자들이 개선공단 해법을 제시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3개 입주기업들도 하루 빨리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가동이 말과 희망처럼 쉽게 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가장 큰 산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국제사회가 내린 결의다. 이 결의가 개성공단을 특정하지 않았기에 개성공단 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북 제재 결의의 내용을 본다면 속단할 수 없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핵·미사일 개발에 관해 북한이 진일보한 자세를 보인다는 게 전제돼 있어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해서 제재를 푸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재가동 공약을 내건 대선 주자가 당선된다면, 국민지지를 바탕으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국제사회를 설득한다면 개성공단 재가동의 길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차기정부 지도자의 의지에 달렸다" 분야별 정부 주요 지원 실적(2017년 1월 말 기준.자료=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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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결의 2270과 2321호=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결의 2270호(3월2일), 5차 핵실험에 맞서 결의 2321호(11월30일)를 각각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갖기에 국제사회는 이를 준수하고 있다.

결의 2270은 북한 내 금융기관 신규개설 금지,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전수검색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결의 2321호는 북한에 존재하는 회원국들의 금융기관과 은행 계좌의 폐쇄를 의무화하고 '뭉칫돈(bulk cash)'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위험성에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대북 무역을 위한 모든 공적·사적 금융 지원의 제공을 금지하며 수출신용, 보증 또는 보험 등을 사례로 적시했다.


한마디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과 원부자재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다면, 이 결의를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해도, 개성공단이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다. 북한이 받아들인다면, 현물로 임금을 대신 지급할 수도 있고 전수 검색을 한다고 해도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는 공단으로 반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단이 이미 폐쇄된 데다 가강 강력하다는 이런 유엔 결의가 버티고 있는 한 재가동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결의의 법적 효력에 대해 민간 전문가와 정부의 해석은 엇갈린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결의는 개성공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그런 전문가다. 그는 지난 6일국회에서 심재권 외교통일위원장 주최로 열린 '개성공단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개성공단 임금이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에 무조건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북핸 개발에 전용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얼마든지 결론이 다르게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의 임금 사용처에 대한 다양한 해명이 제시된 바 있다"면서 "오히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개성공단 자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 대상은 아니다"면서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의 독자적 제재 차원에서 폐쇄된 것으로 차기 정부가 독자적 제재를 철회한다면 개성공단은 재가동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해석은 약간 엇갈린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유엔 결의가 개성공단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동을 원천적으로 못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지금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가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이 지난달 4일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2270·2231호가 제한하는 부분을 고려할 때 공단 재개에 많은 제약이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은행을 통해 임금을 지급할 방법이 없어졌고, 기업이 현금을 '뭉칫돈'으로 싸들고 가서 주는 것도 '사실상' 금지됐다. 임금을 줄 방법이 없는데 무슨 수로 공단을 돌릴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설사 공단이 다시 열린다고 하더라도 폐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데 기업들이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는 논리도 깔려 있다.


통일부는 7일 배포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 설명자료'에서 "북한과의 교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지원 금지 조항으로 인해 기업들의 대북 투자리스크를 높여 개성공단 진출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개성공단 재가동 현실적 어려움 있다"= 정부의 입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개성공단 임금 사용에 대한 대내외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독자로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현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도 어렵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북한의 핵개발과 핵위협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한국정부가 앞장서고 견인하고 있으며 개성공단 중단은 핵개발 자금 유입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자는 것은 우리의 기본 대북 정책을 다 바꾸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하나가 아니라 대북 정책 전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면 공론화를 통해 정책변화를 추진하고 그 다음에 개성공단이 나와야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는 너무 협소하게 문제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고위 관계자도 "현 정부의 정책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 끝까지 가야 하며 차기 정부가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재가동은 우리 정부 단독으로 할 게 아니라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열게 되는 첩경"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한 걸음 들어온다면 개성공단 문제 논의가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제재 터널의 출구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가동을 위한 추진 전략= 개성공단 재가동을 보는 시각은 남북경협을 보는 시각과 일맥상통하다. 남북경협을 북한 핵문제와 연계하는 연계론과 핵문제와 관계없이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론이 그것이다.


김연철 교수는 핵문제와 남북경제협력을 연계한다면 악순환이 발생한다면서 병행론을 선택할 것을 주장한다. 개성공단 문제 역시 병행론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임을출 교수는 병행론은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3월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이 도발하고 다시 트리거 조항에 따라 제재가 가해지는 관례를 본다면 병행론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유연한 연계론'을 편다. 즉 북한의 진전된 태도를 전제로 남북경협을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 없는데도 일방으로 재가동할 경우 극심한 반대여론으로 정국이 수개월간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한 제안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정부는 북한 측의 대화의지와 수준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북한 측에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을 갖고 국제사회를 설득해서 궁극으로 재가동을 이끌어내자는 논리다.


그는 "차기정부 지도자의 의지가 개성공단 문제를 푸는 핵심"이라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민이 이 문제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의지를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차기정부 지도자의 의지에 달렸다" 개성공단 직접 피해 지원 기준 (자료=통일부)



◆"재가동 능사 아냐, 치밀한 준비 필요"=전문가들은 공단 재가동 이후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개성공단은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다시 폐쇄될 수 있는 만큼 그것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만 기업들의 진출을 유도하고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부도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남북경협보험의 보완이 그 중 하나다. 123개 입주업체들은 공단 폐쇄로 1조5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경협보험금 2945억원 지급 등 직접 피해지원으로 5013억원을 지원했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영업손실과 위약금·미수금 지원은 거부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경협보험제도 '형해화',다른 기업 지원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보상의 경우 여야 합의가 어려운 데다 법 제정을 통한 보상 자체가 개성공단 폐쇄가 불법임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가동 후 재폐쇄 가능성에 대비해 경협보험을 손질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데 민간 전문가들도 공감하는 대비책으로 꼽힌다. 보험료 인상은 기업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기업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고민 중"이라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밝혔다.


임 교수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입주 기업들이 갹출해 펀드를 조성해 사태 재발 시 지원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개성공단 문제를 유엔의 특별기구가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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