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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흔들기...中 외환보유고 감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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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982조달러...환율방어 시장 개입 정책 재고해야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미국이 중국을 흔드는 방법은 실로 여러 가지다. 일본의 재무장을 지원하고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등 군비경쟁을 유도해 중국이 애써 축적한 달러를 소진하는 것은 그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경제를 살려 중국의 주머니, 외환보유고를 털어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세치 혀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 끝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후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치 혀는 벌써부터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미국 현지시각) 제약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놨는지 보라.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이라고 공개 비난하면서 환율전쟁의 서막은 올랐다. 중국이 위안화를 고의로 낮은 수준으로 낮췄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한다면 중국산 수출품 가격이 올라가 가격경쟁을 잃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트럼프의 세치 혀는 중국의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미국 경제로써 중국을 흔드는 방법은 중국이 손 쓸 방도가 없는 것이어서 위력이 더 크다. 미국 경제는 중앙은행 격인 연방주비제도(FRB)가 지난해 12월 올해 세 번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을 만큼 활황세다. FRB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0.75%로 동결했으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는 높다.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물가도 오름세여서 3월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FRB는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2019년에는 금리가 3%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 예상 되는 것은 자본유출이다. 중국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3조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실탄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미래를 어떻게 알겠는가. 중국을 먹이로 삼은 헤지펀드들이 달려들 경우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하는 적정 보유고 수준 아래로 떨어져 외환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는 최근 위안화의 하락을 예상한 자본 유출이 극심했다.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산 증거물이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로 나타났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7일 발표한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조9982억달러로 3조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아래로 추락한 것은 2011년 2월 말 2조9914억달러 이후 5년11개월 만이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이날 성명에서 외환을 매도한 것이 1월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원인이라면서 외환보유액 변동 수준은 복잡한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때 정상적이며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음력 설 기간 동안 해외 여행 중국인들이 위안화를 달러로 많이 바꾼 것도 한 몫을 했다.


맞는 말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렇지만 감소 속도가매우 빠르다는 점은 주목할 점이다. 2014년 6월 4조달러에 육박하는 3조9932억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위안화 약세를 예상한 투자자들의 자본유출과 중국 외환당국의 위안화 가치 방어,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보유한 것 등이 겹치면서 2년 반 만에 무려 1조달러(약 25%) 급감했다.


물론 최근 들어 감소 속도는 더뎌진 게 사실이다. 시장 예상치(105억달러)보다 많은 123억달러가 감소했지만 12월 감소분(410억달러)보다 작고, 7개월 동안 최저 규모다. 이는 중국 당국의 외환유출을 막기 위한 강력한 규제정책이 효험을 내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풀이된다. 그럼에도 씨티은행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1월 자본유출 규모는 약 710억달러로 지난해 12월 510억달러 보다 더 많다. 향후 감소 속도를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중국의 적정한 외환보유고는 어느 수준일까. IMF는 2조800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최소 보유액을 2조600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IMF 방식을 활용해 중국의 수입과 대외부채, 시중통화량을 감안해 적정 외환보유액을 1조8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IMF 방식을 따르더라도 중국은 아직 1900여억달러의 여유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안심할 수준인가. 아니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슈분석 '최근 중국 외환보유고 감소로 평가한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경제의 규모와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3조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는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표 교수는 "중국 외환보유고는 2016년 4·4분기에만 무려 1554억달러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면서 "중국 외환보유고 감소분인 1554억달러는 세계 경제규모 8위인 이탈리아의 총 외화보유고(1291억달러)보다 높은 수치이며, 경제규모 15위인 멕시코(1759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표 교수는 "예를 들어 1억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위해 연간 최대 환전가능 금액(5만달러)의 20% 수준인 1만달러씩만 환전한다고 해도 1조달러의 외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시장에서는 이런 의문이 나온다고 한다. 과연 베이징 외환당국은 위안화 가치와 외환보유고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를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우선 중국이 외환통제를 한다고 하나 금융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투기자본가들이 자금을 해외로 유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이 외환보유액 수준을 유지하려 한다면, 우리가 예상해 볼 수 있는 중국 외환당국의 대응책으로는 강력한 규제의 지속, 위안화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긴축 즉 중앙은행의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상, 외자 유출입에 대한 엄격한 제한 등이 꼽힌다.


그렇지만 중국의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환율방어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오히려 2015년처럼 급격한 평가절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게다가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이 이어진다면 중국은 물론 신흥시장에서 자본유출이 강화돼 위안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데도 위안화 가치 유지를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이 이뤄질 경우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불가피해진다.


위안화 약세가 수출에 호재가 될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단 그것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지 않은 때에 해당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에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경제회복 속도가 더딘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도 수출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이 위안화 약세 기대를 접지 않는데도 계속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유지하려 한다면 중국의 달러 보유고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즉 환율방어를 위한 달러 매도→외환보유고 감소→중국 금융시장 불안 확대→위안화 가치 하락 등 악순환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3조달러 미만의 중국 외환보유고가 주는 교훈은 중국은 시장개입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손 안 대고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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