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워킹맘...여성이 일하고 싶은 직장, 세계 1045만개 개실 운영이 꿈
"여성 경영자들은 열심히 일합니다. 자기가 일하는 호텔과 고용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투지가 있답니다."
일본의 비즈니스호텔 체인 토요코인(東?イン)의 구로다 마이코(40)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여성 간부 예찬론이다. 구로다 사장도 두 자녀의 어머니다. 그가 경영하는 호텔 체인의 직원들이 전부가 여성이다. 특히 토요코인 소유 250여개 호텔을 경영하는 임원의 97%가 여성이다. 임원의 93%가 남성인 일본 기업 풍토와는 완전히 딴판인 세상이다. 남성 중심인 일본 호텔 업계는 물론 재계에서 토요코인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로다 사장은 최근 일본의 영자 신문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여성 경영자들은 열심히 일한다"면서 "제가 여성 임원을 채용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누가 지도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사장 역시 가정 주부에서 재취업해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그는 아버지 니시다 노리마사 회장이 1986년 설립한 토요코인에서 3년 일하다 2008년까지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았다. 1990년대부터 급성장해 도쿄의 대표 비즈니스호텔로 자리매김한 토요코인이 건축 자재 불법 폐기 스캔들에 휘말려 니시다 회장이 퇴진하자 그녀는 자원해 회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2012년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금수저를 타고 났지만 안주하지 않고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중심 기업을 일궈낸 특출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1일 현재 전 세계에 260개 점포에서 5만1545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직원 1만288명의 거의 전부가 여성이다. 임원들도 여성이 대부분이다. 실적도 좋다.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매출액 801억4100만엔(약 8156억원)에 경상이익(영업이익과 영업외이익에서 영업비용을 뺀 이익) 177억1900만엔을 거뒀다.
재팬타임스는 구로다 사장은 지난 10년간 회사 수익을 10배로 불렸다고 평가했다. 기차역 등 편리한 지점에서 하루 100달러 미만의 저렴한 가격에 객실을 주로 출장자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전략이 주효한 덕분이었다. 한국에서 이 모델이 성공했다. 한국에는 2008년 부산에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부산에 다섯 개 지점, 서울과 대전에 각각 한 곳의 호텔을 두고 있다.
구로다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창업 30년 만에 객실 수가 5만개를 넘었지만 아직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그는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전 세계에 1045만여개의 객실을 만드는 것이 창업 이래의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장대한 꿈'을 이루는 비전으로 앞으로 30년 안에 50만개 객실을 만들고, 일본 여성이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며, 사회에서 존경받는 회사가 되는 것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토요코인의 유럽과 미국 진출, 여성 간부 채용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달 중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400실짜리 호텔을 오픈하고 연말에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에도 호텔을 개소할 계획이다. 또 뉴욕 퀸즈 지역에 1000실 이상의 53층짜리 뉴욕호텔 허가를 추진하고 있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높아질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이 여장부 경영자가 꿈을 실현하는 데 유일한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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