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청와대의 거부로 압수수색에 실패하고 일단 철수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압수수색 결과와 무관하게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압박을 유지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3일 정례브리핑에서 "압수수색이나 자료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일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이 무산되면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전망을 일축한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청와대에 도착한 특검 압수수색팀은 청와대로부터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받은 뒤 현장에서 대책을 논의하다가 오후 2시50분께 철수했다.
청와대는 예상된 바와 같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 1항을 근거로 불승인 통지를 했다.
그러나 같은 조항 2항은 '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특검은 이런 단서 등을 근거로 청와대의 압수수색이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는 지를 따져볼 방침이다.
이런 가능성과 별개로 특검은 청와대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실효적인 압수수색은 어렵다는 현실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특검보는 "특검이 어떠한 법리를 마련하더라도 청와대가 거부할 경우 실질적으로 압수수색을 할 방법은 없다는 게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황 대행의 정치적 입장이나 배경 등을 고려하면 이 또한 실효를 담보할 순 없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청와대의 자료 임의제출에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따라서 특검은 사실상 '압수수색 최종 실패'까지 유력하게 상정하고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게 박 대통령 개인에게는 대면조사를 더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과의 뇌물수수 의혹 등 굵직한 의혹들을 둘러싸고 거의 매일 새로운 정황증거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대면조사까지 거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탄핵 및 향후 구속수사의 명분을 더 키우는 셈이 될 수 있어서다.
특검은 내주 중반께 박 대통령을 서울 대치동 특검 조사실이 아닌 장소에서 대면조사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며 박 대통령 측과 물밑 조율 중이다. 청와대 경내 특정 장소에서 대면조사를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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