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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반도체 퇴출위기…반도체 호황도 못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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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업연도 연속 적자…과도한 접대비·급여 등 방만경영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고려반도체가 증시 입성 10년만에 상장폐기 위기에 직면했다. 과도한 판관비 사용과 경쟁업체 대비 기술력이 뒤처지면서 반도체 호황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반도체는 전날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3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는 관리종목 지정 사유이며 만약 올해도 적자를 면치 못해 5사업연도 연속 적자가 나면 상장이 폐지된다.


반도체 업계가 연신 '슈퍼 사이클'을 외치며 하나 둘씩 어닝서프라이즈 소식을 전하고 있음에도 고려반도체만 거의 유일하게 전년 대비 30배가 넘는 적자를 쌓은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최근의 반도체 호황은 디램(DRAM)과 낸드 플래시(NAND Flash) 등 메모리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겨났다. 고려반도체는 미세 솔더볼과 레이저 커팅 등 주로 비메모리 분야에서 요구되는 기술에만 집중한 나머지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고려반도체 측은 수년간 지속된 적자의 원인을 "연구개발 투자폭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보다 오히려 접대비와 임직원 급여,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된 판관비 지출이 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 기준 고려반도체의 1~3분기 누적 판관비는 51억원이다. 이는 무려 매출총이익(44억원)보다 많은 액수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반면 이 기간 연구개발비엔 5700만원(정부보조금 제외)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2015년 전체 기준으로도 판관비에만 85억원을 쏟아부으며 매출총이익을 초과했다. A회계법인 소속 한 회계사는 "동일업종 타 업체와 비교해봐도 이정도의 판관비는 썩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뒤처진 기술력과 방만경영 탓에 3년 평균(2013~2015년) 380억원에 달하던 매출도 지난해엔 27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3분기 이미 1000%를 넘어섰으며 잉여금도 거의 바닥나 자본잠식 직전이다. 주가도 연초 들어 23.6%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고려반도체는 지난해 11월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이후 한달도 채 안돼 오너인 박명순 대표가 두번에 걸쳐 총 23억원 규모의 현금을 회사에 증여하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섰다. 그럼에도 결국 적자는 면치 못했다.


고려반도체 관계자는 "회계감사 시즌이라 바쁘다"며 실적 관련 언급을 피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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