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대 ○명 합격." 매년 이맘때면 전국 고등학교에 걸리는 합격 현수막 문구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등학교 졸업 시즌을 맞아 소위 '명문대' 합격 현수막이 하나둘 학교 정문을 수놓고 있다.
학벌주의와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심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따라 최근 뜸해졌으나 지난 1일 서울 시내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보니 7개 학교 중 3곳에 합격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일선 학교는 명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업 동기부여 차원에서 현수막을 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과도한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 대다수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원도 신규 원생을 유치하기 위해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며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는 서울대 등에 합격한 학원 수강생의 실명과 입학 학과를 명시한 현수막과 입간판, 벽보 등이 게시돼 있었다.
교육당국은 학교와 학원의 이 같은 '대학 줄 세우기' 경쟁을 자제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부터 학교에 합격 현수막을 걸지 말라는 공문 보내고 있다. 또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학원에 대해선 벌점을 부과하거나 학부모 동의를 받지 않고 학생 실명을 밝혔을 경우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행정지도도 하고 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전국 시·도 교육감들에게 합격 현수막과 관련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도록 하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학원의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에 대해 학벌 차별 문화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역시 교육감들에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합격 현수막을 '나쁜 현수막'으로 규정했다. 송화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팀장은 "학생들의 대학 입학 결과를 학교 홍보수단으로 삼는 나쁜 현수막으로 대다수 아이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며 "학교에서 주장하는 동기부여라는 목적에 충실하려면 현수막을 게시할 것이 아니라 어느 학생이 어떻게 공부를 해서 학업 성취가 좋아졌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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