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연 인턴기자]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는 EU의 위협"이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투스크 의장은 2월3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27개 회원국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선언들'을 유럽의 미래를 매우 불확실하게 하는 최대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투스크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토록 수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반(反)유러피언 또는 유럽회의론자가 되고 있다"며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선 워싱턴의 변화는 EU를 어려움에 처하게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우려를 피력했다.
그는 EU 내부 위협으로 "반(反) EU, 국수주의, 유럽 내 증가하는 외국인혐오 정서 등"을 꼽고 "국가 이기주의가 점점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인들의 용기와 결의, 정치적 유대를 호소하며 "우리는 함께 있을 때만 비로소 독립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평소 신중하고 완곡한 표현을 쓰던 투스크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를 이처럼 격하게 비판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약 100년간 지속해온 대서양 양안 동맹이 분열하는 징후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앞서 30일(현지시간) 유럽의회의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前 벨기에 총리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슬람 급진주의자 단체 이슬람국가(IS)와 묶어 '유럽에 대한 3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구식 체제로 비판하며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브렉시트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며 EU의 분열을 부추기는 등 전통적인 국제 질서를 흔들어 놓고 있다.
박혜연 인턴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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