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전쟁 칼날, 아베 겨냥…美日 정상회담 압박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환율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업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대해 언급하며 "일본 역시 수년 동안 환율을 조작하고 통화 약세를 유도하며 미국을 바보로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의 핵심은 미국 내 약값 인하 필요성과 규제 철폐 약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발언은 많은 미국 기업이 낮은 규제 장벽과 통화 약세를 이유로 외국에서 생산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하는 맥락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현지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앞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일본·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통화정책 비판을 톱기사로 내보냈다.

특히 일본 정부와 언론은 오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환율전쟁의 칼날이 자국을 향하고 있다는 데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엔화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대일 자동차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통화정책까지 비판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환율 개입이 일상화한 중국과 달리 일본은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통화 약세를 자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도(共同)통신은 다음주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 및 일본의 환율정책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엔화 비판 발언이 전해진 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2개월래 최고 수준인 달러당 112.08엔까지 치솟았다. 1일 오전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는 0.72% 상승한 달러당 112.70엔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초 117엔까지 떨어졌던 엔화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보호무역 강화, 이민 제한 움직임에 엔저 견제 발언이 겹쳐지면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고용창출 선물 세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패키지로 미국 현지에서 수십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