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의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사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하고 있는 '삼성 넥스트' 수장으로, 현지 스타트업 투자와 M&A(인수합병) 등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민자의 자녀인 저는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 그들과 다르다는 느낌, 아웃사이더가 된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제는 제 많은 친구, 지인을 포함해 저에게도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시리아 등 7개 이슬람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로 미국 언론과 국민들은 미국의 건국이념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경우 다국적 인재 영입이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해 반도체기업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공식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을 비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본인 스스로가 이민자의 자녀인 데이비드 은 사장 역시 이 사태에 대해 언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이번 행정명령에 포함된 7개국 중 누구도 9/11 테러에 연관이 돼 있지 않고, 1949년 이래 치명적인 총격사건 중 한 건 만이 이슬람 이민자에 의해 발생했다"며 "망명 등 절차를 더 타이트하게 만드는 것은 논의해 볼 수 있지만 이번 행정명령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는 마치 매우 세밀한 도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무딘 망치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며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제가 아는 미국은 'E Pluribus Unum(1955년까지의 미국의 표어·여럿으로 이뤄진 하나)'을 선포했고 이민자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다"라며 "미국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찾은 이들을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그들의 자손들이 미국에게 유익한 공헌을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은 사장은 구글, 타임 워너 등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삼성에 영입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신설한 삼성 넥스트(구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를 총괄해 책임지고 있다. 벤처 투자, 파트너십, 인수, 소프트웨어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8월 미국의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 회사인 '스마트싱스'와 2015년 4월 미국의 '루프페이' 인수로 삼성전자의 미래를 개척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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