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후 집중 매수…막대한 투자수익 예상되지만 '反이민 행정명령'이 변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14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트럼프 랠리'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전해졌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버핏이 토크쇼 진행자 찰리 로즈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통해 120억달러(약 13조9400억원)의 주식을 매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버핏은 "대선 직후부터 현재까지 보통주 120억달러 어치를 매입했다"며 "(투자의) 큰 줄기는 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버핏은 버크셔 헤서웨이 투자팀 토드 콤스와 테드 웨실러를 언급하면서 "함께 일하는 두 친구가 좀 더 사거나, 좀 (적게) 팔거나 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버핏은 트럼프가 내건 일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지만 그가 당선되자 공격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증시가 오를 것이라 전망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버핏은 특히 트럼프가 금융규제 완화를 예고한데 따라 금융 관련 종목에 많은 투자를 했고, 실제 금융주는 뉴욕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당선 후 상당기간 '트럼프 랠리'가 이어지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첫 2만선을 돌파하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최고점을 연일 갈아치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량으로 주식을 매입한 버핏이 증시 활황에 힘입어 막대한 이득을 올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USA투데이는 버핏이 지난해 11월 선거 이후 지난달 12일까지 67억달러(약 7조9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덕분에 돈을 번 버핏이 트럼프 때문에 투자수익 일부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가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어서다.
이 행정명령이 발동된 후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다우지수는 2만선에서 내려와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버핏이 이번에 사들인 종목에 항공주가 포함됐을거란 관측이 있어 수익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버크셔는 아메리칸에어라인과 델타항공 등의 지분 소유 사실을 공개했고 이후 사우스웨스트항공 지분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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