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황교안 권한대행에 '러브콜'…반기문 거취 따라 의원 10여명 탈당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조기대선 국면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2차 핵분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반면, 일부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돕기 위한 탈당을 고심 중이다. 보수진영이 황 권한대행과 반 전 총장을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먼저 당 쇄신의 전권을 쥐고 있는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반 전 총장과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인 비대위원장은 31일 반 전 총장에 대해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텐트 치러 다니시는 것 같은데 텐트 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텐트가 작으면 우리(새누리당)는 몸집이 커서 못 들어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비꼬았다. 반 전 총장의 '빅텐트' 구축을 위한 정치적 행보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반 전 총장이 그동안 당내 충청권·중도 성향의 의원들을 포섭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반감을 드러내곤 했다. 반 전 총장이 인 비대위원장 본인과는 만나지 않고 여야 유력 정치인들과 연쇄 접촉을 가지며 제3지대 논의를 벌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인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태도가 "'반기문 대망론'으로 뭉친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향후 반 전 총장이 거취에 따라 새누리당 의원 10여명의 탈당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반기문 카드'를 사실상 포기하고 황 권한대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지지 세력인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다며 '러브콜'을 보내는 양상이다. 또한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결단을 내린다면 새누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10% 남짓한 지지율을 받는다는 것을 들었다"며 "이러한 국민의 관심이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도 된다는 국민의 허락을 받은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대해 "본인이 원한다면 저희 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결심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청 출신의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대해 "말도 안 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고 일축하며 지도부와 상반된 입장을 피력했다.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을 사이에 두고 새누리당이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야당도 당 지도부의 황 권한대행 '구애전'을 겨냥해 공세를 가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구애를 할 정도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이 새누리당의 현실"이라며 "나라 걱정은 없이 이미 파탄 난 정당의 후보 마련을 위한 구걸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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