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출시 반응 엇갈려
지도는 '오픈스트리트맵' 활용
AR·VR 바람몰이도 관심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이미 한물 간 게임" vs "흥미진진한 대목"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가 한국에서 출시되자 소비자 반응은 엇갈렸다. 출시 이후 인기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뒤늦게 출시돼 그리 호응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냉소, 다른 나라와 달리 게임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게임 자체의 성공 가능성과 관련한 예측과는 별개로 포켓몬 고 게임에서 활용되는 '지도' 출처 등의 문제는 기술적 차원에서 또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개발사 나이언틱랩스가 출시 지연 이유로 지목해온 지도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다.
데니스 황 나이언틱 아트 총괄 이사는 24일 "포켓몬 고는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 소스를 통해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데이터 소스, 지도 축척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해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우리 팀이 많은 노력을 해서 한국 지역의 특징들을 고려해서 데이터를 준비했다"는 선에서 지도 문제에 선을 그었다. 나이언틱의 AR 게임은 해외에서 '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서비스되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지도를 탑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 지도를 제작해서 업로드하는 '오픈스트리트맵'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국토지리정보원은 "일부 위치로 확인해보니 오픈스트리트맵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며 "나이언틱 측이 설명한 내용이 오픈스트리트맵의 제도적 취지이고, 구글 지도 반출 문제가 남아있어서 오픈스트리트맵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구글지도 반출과 포켓몬고 서비스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오픈스트리트맵의 원소스가 무엇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도 문제 외에 게임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포켓몬 고'와 손잡고 기업들이 마케팅을 벌일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포켓몬 트레이너들은 '포켓스탑'에서 아이템을 얻고, '체육관'에서 대결을 펼친다. 나이언틱이 스타벅스, 맥도날드 매장을 포켓스탑이나 체육관으로 지정해 고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나이언틱은 향후 국내 업체들과 협의해 포켓스탑을 늘려갈 계획이다. 데니스 황 이사는 "플레이어들이 걸어다니는 게임이다보니 여러 장소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회를 찾고 있다"면서도 "여러 파트너들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판도 변화도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주축은 RPG 장르다. 캐주얼 게임 팬층도 여전히 두터운 편이지만 '포켓몬 고'가 흥행한다면 게임 장르 다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 고의 성공 요인이 강력한 IP(지적재산권)이었던만큼, 유명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 경쟁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보다 한참이나 늦게 출시된 포켓몬 고가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면 증강현실ㆍ융합현실 게임 개발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중인 중소 게임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워낙 액션RPG, MMORPG가 강세인데 뒤늦게 출시된 포켓몬 고가 흥행한다면 새로운 장르로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이라며 "이번 국내 진출이 진출이 중국 진출을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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