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삼성그룹이 이제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전 국민의 언론이 집중된 사태에 휘말렸던 만큼,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이상의 쇄신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만큼,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며,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미미하지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특검이 이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를 불구속 상태에서 일괄 기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의 사장단 중심 경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내는 시기가 특검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한 사안들이 그룹 수뇌부들에게 보고는 되겠지만, 대규모 투자나 M&A(인수합병)는 당분간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장단 중심 경영은 곧 '현상 유지'를 의미한다. 매년 경영활동 평가를 통해 실적을 평가받고, 이에 따라 사장직 유지가 결정되는 만큼 리스크가 따르는 공격적 경영은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큰 사고 없이 현재 내고 있는 실적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정도로만 각 계열사가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수동적, 방어적 경영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은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국민들의 여론이 나쁘다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체없는 조직, 오너 일가를 위한 것으로 평가받는 조직을 해체하고 삼성그룹의 쇄신을 단행하겠다는 것. 삼성그룹이 비상상황인 만큼 일부 조직은 남길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그렇게 될 경우 과거 삼성특검 당시처럼 구조본을 제대로 해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이번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해체를 단행하려면 사장단 인사는 좀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미래전략실 각 팀장들은 사장급 인사인 경우가 많은 만큼, 미전실 해체는 곧 각 계열사로 사장들을 배치하는 사장단 인사가 될 수 있어서다.
특검의 사법 처리 대상 선별이 끝나는 대로 삼성은 쇄신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4월 17일) 후 닷새 만에 이건희 회장 퇴진,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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