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시민들, 박 대통령 즉각퇴진 촉구
"재벌이 뇌물죄 몸통"…사옥 앞에서 총수 구속 퍼포먼스
보수단체 태극기집회 이어 밤샘농성 예고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김민영 기자, 문제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13번째 광화문 촛불집회가 한겨울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지난주보다 많은 32만명의 시민들의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열린 첫 집회인 만큼 참가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우리사회의 각종 부정부패 척결과 재벌총수에 대한 구속수사에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2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1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3차 촛불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조기탄핵, 적폐 척결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다. 퇴진행동 법률팀 소속 김상은 변호사는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죄 소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430억원이 이재용 경영승계를 위한 뇌물이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고 있는데 판사만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라며 "법원이 재벌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 오늘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이대헌(69) 씨는 "이재용 구속영장도 특검이 재청구해 반드시 구속시켜야 한다"며 "추워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혜(26) 씨는 "이 부회장의 기각 소식을 듣고 분노해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직접 와보니 촛불의 열기가 훨씬 와닿았다"고 말했다.
인태연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 역시 "박근혜의 정치적 생명은 끝나고 최순실 일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차가운 감옥이지만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망가뜨린 재벌이야 말로 우리가 바꿔야할 근본적 집단이다"며 "재벌을 해체하고 총수를 구속해 대한민국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영하권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장갑과 목도리로 몸을 싸매고 핫팩으로 언 손발을 녹여가며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채 촛불 파도를 타고 함성을 외쳤다. 이어 본집회가 끝난 오후 8시부터는 청와대와 헌재, 도심 등 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주최 측 등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1가 SK그룹 본사와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각각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각 사옥마다 집회 참가자들과 회사 측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병력이 배치됐으나 별다른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퇴진행동 측은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김천 주민들과 춘천 시민들까지 버스를 타고 상경하는 등 지난주보다 2배 이상 많은 32만명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고, 부산과 광주 등 전국적으로 모두 35만명이 집회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한편 촛불집회에 맞선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벌인데 이어 오후 9시 현재 서울시청 앞 광장에 텐트 20여개를 설치하고 밤샘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93개 중대 1만55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집회·시위가 평화적이고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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