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에서 자사주 매입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가 현 35%의 해외 수익 이전 세율(이하 송금세)을 10%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트럼프 취임이 자사주 매입을 촉발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120억 달러였다. 2~3분기 동안 30%가 축소돼 금융위기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1분기까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던 자사주 매입이 대폭 축소된 배경에는 비용 증가와 글로벌 불확실성, 2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 기간 자사주 매입 비용 대비 기대효과가 작아졌다. 기업들이 저금리 기조 지속에 회사채 발행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왔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연간 6683억달러까지 하락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7년간 83.7% 증가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회사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고 동 기간 S&P 500 기업의 12개월 후행 PER은 18.6배로 최고치를 기록 하며 자사주 매입에 투입되는 주당 비용 대비 기대 효과는 작아졌다.
미국 양적완화가 종료된 2014년 말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하게 경색되며 현금 보유 필요성이 커진 것도 크게 작용했다. 2016년 2~3분기는 브렉시트 투표 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친 설상가상의 시기였다. 차입 대신 현금 지출을 선택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안 연구원은 "2004년에 미국 의회가 송금세를 한시적으로 5.25%까지 인하하는 본국투자법(Homeland Investment Act)을 제정해 2005년 미국 본토로 3620억달러가 유입됐다"며 "당시 미국 명목 GDP (국내총생산)의 약 2.7%에 달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송금세 인하가 반드시 현실화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안 연구원은 "2004년 이후 관련법 상정이 여러번 좌초된 경험이 있고 2011년에는 민주당 상원의원이 송금세 인하의 부작용에 대한 보고서를 내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며 "다만 이번 상하원을 공화당이 다수 집권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현실화 가능성이 분명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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