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11번가 여행사업팀장
여행전문가답게 팀 개편작업 주도
향후 글로벌 여행업체와 경쟁 포부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이디오피아를 가려면 말이 안통하겠죠? 가이드도 있어야하고, 밥도 먹어야 합니다. 쇼핑도 해야 하고요. 그렇다면 해외여행을 가려면 총 얼마의 비용이 들까요?"
김주완 11번가 여행사업팀장이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검정 뿔테에 반듯하게 다려진 체크 와이셔츠를 입고 하얀 칠판 앞에 서 있으니 영락없는 중고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칠판에 항공, 호텔 등을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여행 관련 다이아그램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가 11번가 여행팀에 오자마자 벌인 작업은 내부 사람들에게 '여행'을 알리는 일이었다. 팀장, 유닛장(부장), 본부장, 부문장까지 여행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해 과외 선생님을 자처했다.
11번가 여행팀은 김 팀장이 들어오기 4개월 전쯤 생겼다. 그는 "처음에는 자갈밭 같았던 곳이 현재는 씨앗을 심는 단계가 됐다"며 "어떤 시련과 고난이 찾아와도 결과물이 눈에 보여 즐겁게 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확 시점에 대해서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정도에 사업이 제대로 갖춰질 것"이라며 "향후에는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여행업체와도 경쟁하고 싶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가시적인 결과물로는 모바일 11번가 개편 작업이다. 김 팀장의 지휘 아래 모바일 11번가는 지난해 6월 개편 오픈하면서 상품수가 같은 해 1월 대비 3배로 확장했다. 전체 모바일 거래 비중도 70~80% 수준으로 성장했다. 개편 전 대비 거래액도 늘었다. 여행 카테고리 거래액은 100% 이상 성장, 입점 여행사 수도 2배 증가했다.
10년차 여행 전문가가 되기까지 시련도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첫 직장이었던 하나투어에서의 첫 출장이었다. 그는 "손님들을 인솔해야하는데 나 역시도 처음 비행기를 타보다보니 출국 수속부터 애를 먹었다"며 "인솔자는 무조건 양복을 입어야한다고 착각해 춘추양복을 입고 푹푹 찌는 현지를 4박6일간 돌아다녔더니 살이 6㎏이 빠졌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방황도 했다. 김 팀장은 하나투어에서 9년간 근무하다 문득 정보기술(IT)에 꽂혔다. 서비스기획, 사업기획, 제휴영업에 이어 포털사업부에 하던 당시 'IT전문가'라는 착각에 빠졌던 것. 이후 하나투어를 나와 IT전문회사에 취직했지만, 5년을 끝으로 11번가 여행팀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당시 전문가들과 경쟁해보니 당시 제 IT수준은 초등학생 정도였다"며 "짧은 방황을 끝내고 다시 여행의 품으로 돌아온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에 한 번 맛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출장갈 때 고생했던 시절 등이 떠오르면서 언제든 다시 찾게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마라톤 호흡을 하고 있다. 그는 "하프 마라톤 15㎞ 지점부터 뛸까 말까를 고민한다"며 "그럴 때면 눈앞에 보이는 저기까지만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고 했다. 김 팀장은 "업무에 있어서도 그만하자, 더하자를 반복한다"며 "항공부터하자, 항공도했는데, 여행 11번가 개편하자, 당일 할인 호텔 해볼까 등 하나씩 시작하고 끝내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부인과 함께 크루즈 일주를 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면 부인 손을 잡고 전세계 크루즈 일주를 하고 싶다"며 "크루즈 선상에 편하게 누워 서로의 배를 두드리며 여유를 부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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